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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간디(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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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간디(1982)
  • 의약뉴스
  • 승인 2014.07.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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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기구한 인생도 있고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도 있다.

누구나 알만한 인생이 있고 아무도 모르는 인생이 있으며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비난받는 인생도 있고 태어나서 대대로 칭송받는 인생도 있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 패거리보다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사람. 이런 인생을 산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영웅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이 사람의 인생은 가히 ‘영웅 중의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그가 죽자 "앞으로 인류 앞에 그와 같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애도했다. 당시 죠지 마샬 미 국무장관은 "온 인류의 양심을 대표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간디다. 누구나 아는 이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비폭력 저항과 단식 그리고 인도독립.

영화제목 그대로 리처드 아테보로 감독의 ‘간디’(원제:Gandhi)는 간디의 인생이야기다. 사실의 기록이다 보니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은 없다.

그러니 선뜻 보기가 망설여진다. 러닝타임도 장장 3시간이 넘는다. 간디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거나 시간이 남아 죽을 정도인 사람이 아니고는 DVD를 사거나 샀다하더라도 모니터 앞에 앉기 까지는 상당한 고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디스켓을 삽입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1948년 늙은 간디는 한결 여유롭다. 비록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뉘어 졌지만 흰두교와 회교도의 갈등도 어느 정도 봉합됐다. 시민들은 그의 기도를 듣기 위해 모여든다.

시민가운데는 간디의 평화주의가 못마땅한 이도 있다. 그의 눈은 살기로 번뜩이고 품속에는 사람을 죽이는 권총이 숨겨져 있다. 흰 옷 입은 간디의 가슴은 세발의 총탄으로 붉게 물든다.

간디의 암살로 영화는 시작된다.

 

젊은 간디는 남아프리카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다 인도로 돌아온다. 1등 칸에 탄 간디는 3등칸으로 옮기던지 다음 역에서 하차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인종차별을 느낀 간디는 슬픔을 안고 인도 전역을 기차 여행한다.

빨래하는 여인과 수영하는 아이들. 물을 먹는 물소와 하늘을 나는 새떼들. 코키리. 염전. 거대한 사원. 판자촌, 굶주림. 눈뜨면 일하고 해지면 돌아오는 고된 일상이지만 늘 허덕이는 국민들.

간디는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언론을 상대하고 정당을 만들고 연설을 하고 조직을 결성한다. 영국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네루도 힘을 보탠다.

세력이 커질수록 영국의 탄압도 거세다. 총독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총을 쏜다. 사람들은 흥분한다. 눈에는 눈으로 맞서자고 고함친다. 간디는 반대한다.

폭력은 억압을 정당화하고 독재자에게 탄압의 기회만 주는 것이라고. 불의가 있는 곳에 투쟁이 있지만 그 투쟁은 폭력이 아닌 비폭력이라고.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간디는 단식을 한다.

정치인들처럼 쇼하는 단식이 아니라 죽어도 좋다는 단식이다. 간디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간디가 굶어 죽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들은 폭력을 멈춘다. 흰두교와 회교도의 죽고 죽이는 살육전도 진정된다.

간디는 말한다.

“절망을 느낄 때 난 역사를 되돌아본다. 진리와 사랑의 방법은 늘 승리했다. 독재자, 살인자는 한동안 강건해 보이고 당장은 대항할 수 없어도 결국엔 무너졌다. 그걸 잊지 말아라.”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가정은 해보고 싶다. 아쉽고 속상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구가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안두희의 총탄에 쓰러지지 않았다면 한국이 지금까지 분단된 상태로 있을까. 민중의 삶이 도탄에 빠진 기간이 그리도 길었을까.

제국주의 영국은 비록 감옥에 가두기는 했지만 간디의 목숨만은 지켰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민족임에도 죽였다.

간디가 김구처럼 조국에 돌아와서 채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죽었다면 이후 인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 보는 것은 부질없다.

벤허(1959)이후 처음으로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수상했다. 간디역의 벤 킹슬리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역사적 장소에서 실제로 촬영해 사실감을 높였으며 간디의 장례식에 엑스트라만 40만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감독의 말처럼 간디와 만나 더욱 풍요로운 내면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한 위대한 인물의 인생을 보는 것은 혼자 서는 것도 위태로운 초라한 인생에게는 더없이 벅찬 감동이기 때문이다.

위통을 벗고 물레질을 하는 간디의 모습은 오래도록 잔영에 남는다. 광할한 인도의 대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고도 남는다. 인도인의 영원한 바푸(아버지)이며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간디의 인생은 볼수록 숙연해 진다.

국가: 미국
감독: 리처드 아텐보로
출연: 벤 킹슬리, 로산 세스, 켄디스 버겐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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