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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앞에서, 달팽이를 기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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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앞에서, 달팽이를 기다리지요
  • 의약뉴스
  • 승인 2014.05.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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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감나무 그늘 아래 장독대가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사이도 적당하게 띄어져 있군요. 

이 공간은 공기의 통로 이기도 합니다. 안에 있는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와 젓갈류 등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지요.

시골 초가와 한옥집에 장독대는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달팽이라도 만나면 더욱 반갑겠지요.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광규/달팽이의 사랑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둘
집 한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바둥거린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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