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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방 약국 여약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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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방 약국 여약사의 '비애'
  • 의약뉴스
  • 승인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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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약국' 하면 이미지가 별로다. '스카이약국' 처럼 약국 같지도 않은 것이 수입은 괜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쪽방약국도 쪽방 나름이다. 구로구에 있는 한 쪽방약국은 권리금 3천만원에 월 15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3일 이 쪽방약국은 손님이 없어 한산하기만 했다. 주인 약사인 30대 후반의 여약사는 " 벌써 개업한지 두 달이 됐지만 종업원 월급과 월세 내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건비는 아예 계산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5월 초에 지방에서 올라온 그는 중랑구에서 개업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약국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한 두달 동안 약국자리를 물색하는데 시간을 허비 했어요. 인터넷의 임대매매를 통하거나 복덕방을 수시로 들락 거렸습니다."

이 약사는 이런 발품 덕분에 2층의 정형외과, 3층의 내과가 있는 문전약국을 잡을 수 있었다. 애초 그 건물은 1층에 은행이 있어 약국이 들어설 만한 공간이 없었다. 새로 건물을 매입한 주인은 창고 정도로나 활용될 만한 곳을 통로를 넓혀 9평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냈고 여기에 약국이 들어선 것이다.

" 한 이틀 지켜보니 유동인구도 많아 매약도 괜찮을 것 같고 처방도 전체의 절반 정도인 70장 정도를 기대했죠. 건물을 드나드는 통로이니 한 달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두달이 지난 지금 20%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요."

그는 개업하면서 지나가는 환자들에게 드링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환한 웃음을 짓는 것도 있지 않았고 '아버님,어머님' 호칭을 달고 살았다. 워낙 싹싹하고 인상이 좋아 골목길 건너 부부가 운영하는 약국은 금방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였다.

" 제 착각 이었고 나만의 기대였어요. 약국앞을 지나는 환자들은 처방전을 숨기거나 아예 뒷문으로 돌아갔어요. 앞 약국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퍼진 거지요. 동네 특성상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했던것 같아요. 그리고 앞 약국이 인심을 잃지 않은 것도 한 원인 이고요."

이 약사는 이제 자신의 인건비 만이라도 건지고 싶다고 했다. 기대했던 매약은 전혀 이루어 지지 않고 경기불황으로 처방전도 전보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나친 친절이 환자들을 자극한 것 같다" 며 "이제는 들어오는 환자에게만 인사하고 있고 드링크도 전처럼 아무한테나 주지 않는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 시간이 좀 지나면 좋아 지겠지요. 아침 9시 조금 넘어서 문을 열고 저녁 10시에 폐문하는 노동력을 감안하면 정말 힘든 시간 입니다. 턱없이 많은 권리금을 준 것도 후회되고 앉을 자리도 없는 쪽방을 시작한 것도 잘못입니다. 에어컨 걸데도 없고 환자가 앉아서 조제 하는 동안 기다릴 공간도 없어요. 궁여지책으로 통로에 접이식 의자를 내다 놓기는 했지만 무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대화내내 한숨을 쉬었다. 공존하기 위해서 들어왔으나 공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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