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먹은 소는 쟁기를 지고 들로 산으로 일을 하러 다니겠지요. 많이 먹고 튼튼해 진 몸으로 농사일을 하고 있을 누렁소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바짝 다가서니 커다란 눈을 껌벅입니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알아 들을 귀가 없으니 답답합니다. 살아서는 일을 하고 죽어서는 가죽과 고기와 뼈와 힘줄을 온전히 사람에게 바치는 소에게 미안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김기택 시인의 소라라는 시입니다.)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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