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을 부리던 꽃샘 추위도 잠시, 본격적인 봄을 맞아 옷차림이 가벼워 짐에 따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다이어트는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관리해야 감량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노출이 시작되는 여름이 아닌 겨울이나 초봄부터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운동과 식이요법이 다이어트의 정석처럼 여겨지지만, 고도비만자의 경우는 예외다. 고도비만은 체지방이 과잉으로 축적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한 번 커진 지방세포는 계속 커지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식욕 조절과 같은 자연적인 방법으로 살을 빼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개인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굶는 식의 무리한 다이어트와 검증되지 않은 약의 남용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고도비만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치료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고도비만, 개인의 의지력 문제 아닌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해야
비만은 게으르거나 자기관리가 소홀하다고 비판 받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단순히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한 미용의 차원을 넘어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담석증, 고지혈증, 수면 무호흡증, 퇴행성 관절염, 불임 등 각종의 합병증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보통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를 넘으면 비만, 30을 초과하면 고도비만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30% 이상이 비만이며, 고도비만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4.8%를 차지한다. 매년 2조원이 넘는 엄청난 비용을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만을 개인의 잘못된 식습관 탓으로 돌리거나 운동이나 식이요법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도비만은 일반적인 비만과 달리 운동요법, 식이요법, 각종 약물치료 등의 치료 후에도 95%이상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고도비만은 개인의 의지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는매우 위험한 건강상태로,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성공적인 체중 감량이 어렵다”며 “주변환경이나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원인을 두고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한 후, 적절한 방법으로 수술하고 생활습관을 고치려는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간단하고 안전한 복강경 위밴드 수술로 고도비만 탈출
고도비만 수술의 방법은 크게 섭취제한수술, 흡수제한수술, 이 두 가지를 혼합형 절충형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로 시행되는 고도비만 수술법은 섭취제한방식의 위밴드 수술과 위소매절제술이다.
위밴드 수술은 위와 식도의 연결부위에 실리콘 밴드를 묶어, 수술 후 조금씩 풍선을 부풀려 음식이 넘어가는 입구를 조여 음식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음식물이 흘러내려가는 속도를 늦춰주고 위식도 접합부위의 신경을 압박하여 적은 양의 음식물 섭취로도 뇌에 포만감을 전달해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짧은 수술 시간과 하루나 이틀 정도의 입원기간, 심각한 합볍증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또한 복강경을 통해 실리콘 밴드를 삽입하므로 수술자국이 거의 남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밴드를 조절하거나 부작용 발생시 밴드를 제거하면 원상복귀가 가능해 가장 안정적인 수술로 평가 받고 있다.
한편 위 소매 절제술은 위의 불룩한 오른쪽 부분을 잘라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위에서 나오는 식욕자극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식욕감소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만 이 수술을 받으면 위를 원상태로 복구할 수 없고 위밴드에 비해 입원기간이 길다. 그러나 환자의 사정상 병원을 자주 방문하여 위밴드 조절을 하기 어려운 경우나 몸 안에 이물질을 넣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 위밴드 수술 후 밴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선택할 수 있다.
고도비만자들은 수술을 통해 대부분 초과체중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감량 효과를 수술초기에 볼 수 있으며, 수술 후 5년 뒤에도 초과체중의 약 60-70%, 10년 뒤에는 초과체중의 약 50% 정도의 체중감량효과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비만으로 인해 발생했던 각종 건강질환의 96%가 사라지거나 개선된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위밴드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빨라 고도비만의 치료술로 권장하고 있다”며 “수술 후에도 꾸준한 식단 상담 및 운동 병행,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교정한다면 요요 현상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