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9 23:46 (월)
방은 추워도 마음은 아주 따뜻했지요
상태바
방은 추워도 마음은 아주 따뜻했지요
  • 의약뉴스
  • 승인 2014.02.17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안에 모셔 두었던 호박을 써니 단내가 물씬 풍겨 옵니다. 

"아, 색깔 참 곱다. 죽으로 끊여 먹으면 참 맛나겠다."

늙어 구부정한 손으로 호박을 다듬던 '할매'는 이렇게 연신 같은 말을 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머리맡에 두고 본 노오란 호박.  호박꽃 피는 올 여름이 벌써 기다려 집니다. ( 다음은 함민복 시인의 '호박'이라는 시 입니다.)

 
 
 
 
 

호 박/ 함민복

호박 한 덩이 머리맡에 두고 바라다보면

방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하네

최선을 다해 딴딴해진 호박

속 가득 차 있을 씨앗

가족사진 한장 찍어 본 적 없는 나(我)라

호박네 마을 벌소리 붕붕

후드득 빗소리 들려

품으로 호박을 꼬옥 안아 본 밤

호박은 방안 가득 넝쿨을 뻗고

코끼리 귀만한 잎사귀 꺼끌꺼끌

호박 한 덩이 속에 든 호박들

그새 한 마을 이루더니

 

봄이라고 호박이 썩네

흰곰팡이 피우며

최선을 다해 물컹쿨컹 썩어 들어가네

비도 내려 흙내 그리워 못 견디겠다고

썩는 내로 먼저 문을 열고 걸어 나가네

 

자, 出世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