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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롤라 런(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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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롤라 런(1998)
  • 의약뉴스
  • 승인 2014.02.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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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영화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게도 해보고 또 저렇게도 해 볼 수 있다.

톰 티크베어 감독의 ‘롤라 런’( 원제:lola Rennt)은 주인공의 삶이 세 번이나 달리 나타난다.

한 번은 자신이 죽고 두 번째는 애인이 죽고 세 번째는 둘이 같이 사는데 모두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설정이다.

롤라는 (프랑카 포텐테)는 애인 마니(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의 전화를 받고 달리기 시작한다.  제목이 ‘런’이니 아니 달릴 수 없다. 빨간머리를 휘날리며 전력 질주하는 장면은 먹이를 눈앞에 둔 치타나 결승선의 ‘볼트’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왜 그리 빨리 달리느냐고 묻지 말라. 사랑하는 애인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누구라도 롤라가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겨우 20분이다. 20분 안에 10만 마르크의 거액을 보스에게 주지 않으면 마니는 죽게 된다.

 

룰라의 머리는 고속회전 한다. 누가 이 짧은 시간에 큰돈을 자신에게 줄 수 있을까. 답은 나왔다. 은행가 인지 은행을 소유한 오너인지 불문명하지만 어쨌든 거부인 아버지( 헤르베르트 크나우프) 만이 애인의 목숨을 구해 줄 수 있다.

집에서 뛰쳐나간 롤라는 골목을 지나고 전차가 다니는 다리 밑을 스치고 강을 따라 줄달음친다.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머리카락은 제자리를 찾을 새가 없고 앞가슴은 전후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커다란 가슴도 달리는데 장애물이 될 수 없다. 브래지어 끈이 어깨 아래로 흐르고 짧은 나시는 문신이 덕지덕지한 배꼽을 드러나게 한다.

그렇게 도착한 아빠의 사무실에는 엄마 몰래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는 아빠가 “아기와 나를 선택하겠느냐”는 여자의 압박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네가 아니라도 골치 아픈 일이 많은 아빠는 “난 네 친아빠가 아니다, 널 낳게 해준 남자는 네 출생을 못 봤어” 라는 청천병력 같은 말을 한다. 돈을 얻기는커녕 자신이 출생비밀까지 알게 된 롤라.

눈물범벅이 된 롤라는 건물 밖으로 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시계는 12시에 겨우 10분 남았다. 흐르는 눈물은 어느 새 멎고 롤라가 마니 앞에 다가 섰을 때, 늦었다.

마니는 뒤 허리에 찬 권총을 꺼내 들고 가게를 털고 있다. 일단 성공한 듯이 보였던 권총 강도 사건은 경찰의 포위로 무산되고 롤라는 혼란의 와중에 경찰의 총을 맞는다.

가슴에 구멍이 선명한 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롤라. 롤라에게 다가가는 마니. 그 때까지 엄청나게 빠른 템포 음악은 잔잔하게 흐르고 화면은 영혼의 세계인지 옅은 붉은색으로 물든다. 나를 사랑하느냐, 내가 최고냐고 숨을 헐떡이며 묻는 롤라.

죽음의 순간에 마니는 그가 원하는 답을 한다.

다시 장면이 바뀐다. 이번에도 롤라는 달린다. 마니가 지하철에 놓고 내린 돈다발을 챙긴 넝마를 지나고 유모차와 부딪치고 수녀 사이를 뚫고 우편배달부 차와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면서 롤라의 팔다리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다시 아빠 사무실. 여자는 전번과 같이 아기와 나를 선택하라고 다그친다. 손을 벌리는 롤라와 돈이 필요하면 당장 일을 하라는 아빠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롤라는 애간장이 탄다. 시간이 별로 없다.

여자가 끼어든다. 화가 폭발한 롤라는 이 창녀야! 고함을 지르고 아버지는 따귀를 때린다. 의자를 집어 던지며 저항하던 롤라는 권총을 뺏어 아버지를 협박한다.

돈을 챙기고 은행 밖으로 나왔는데 아뿔싸 경찰이 사방을 포위하고 있다. 자포자기하려는 순간, 경찰은 말한다. 아가씨, 비켜.

위기를 모면한 롤라는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공중전화 앞의 마니는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때문에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이 때 화면은 둘로 갈려 왼쪽에는 행동에 나서려는 마니와 오른쪽은 달리는 롤라가 있다.

마니, 조금만 기다려.

롤라의 손에는 돈봉투가 들려 있다. 뒤돌아보는 마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 때 소방차가 마니를 깔고 지나간다. 마니는 사지를 뻗고 입가에는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다.

이번에는 마니가 죽는다. 다시 옅은 붉은색 화면. 남자는 묻는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할래? 여자가 말한다.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롤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지껄인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해피 앤딩이다. 여전히 나와 아기를 원하느냐는 여자를 상대로 괴로워 하는 아버지. 숨을 헐떡이며 롤라가 도착하기 전에 아빠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카지노 건물. 롤라가 거기에 있다. 20번 블랙 짝수에 몰빵을 한 롤라. 거액을 챙겨 들고 나온다. 마니도 잃었던 돈을 찾았다.

이 영화 한 마디로 재미있다. 상쾌하고 유머가 있고 색다르다. 두 어 번 봐도 질리지 않는 긴장감이 있다. 음악과 빠른 화면이 감독의 신선한 재능을 돋보이게 한다. 어쩌다 달릴 때면 빨간머리의 롤라처럼 팔을 앞뒤로 크게 휘두를 것만 같다.

국가: 독일
감독: 톰 티크베어
출연: 프랑카 포텐테,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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