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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우게츠 이야기(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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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우게츠 이야기(1953)
  • 의약뉴스
  • 승인 2014.02.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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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남자에게도 잔인하지만 여자와 아이에게도 참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준다.

일본이 통일되기 전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졌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 뺏고 뺏기고 죽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혼란은 한편으로는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 미조구찌 겐지 감독의 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 Ugetsu Monogatari)는 바로 이런 어지러운 시대의 이야기다.

어느 시골 촌구석에 매제 부부와 사는 도예공 겐주로(모리마사유키) 는 일확천금을 꿈꾼다.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지만 남자의 야심은 도시로 나가 도자기를 많이 팔아서 큰 돈을 버는 것이다.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나는 겐주로의 앞길에는 희망이 가득하다. 그런 겐주로를 따라오는 조금 덜 떨어진 토베이(오자와 에이타로)는 큰 칼을 차는 사무라이가 꿈이다. 두 사람은 도시로 나가 제법  벌어온다.

 
도공은 더 큰 돈을 벌고 싶고 동네에서 제일가는 멍청이로 욕을 먹는 토베이는 기어코 사무리이가 되고 싶다.

말리는 여자와 뿌리치는 남자. 총소리는 점점 가까워 오고 도적패들은 집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가족들은 넓은 길을 피해 호수로 피난길에 오른다.

노를 젓는 여자가 부르는 노랫소리는 안개와 잔물결이 어우러지면서 근사한 풍경을 그려 낸다. 금방 죽을 지도 모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선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 이 장면은 큰 그릇에 물을 떠놓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영화 전체를 통해 중요한 대목이라고 한다.)

마주 오는 배에는 다 죽어가는 환자가 타고 있다. 그는 해적을 조심하고 특히 여자들은 겁탈에 대비해야 한다고 유언처럼 말한다. 뱃머리를 돌려 도공의 아내와 아들은 배에서 내린다.

우여곡절 끝에 번잡한 장터에 도착한 일행은 비싼 값에 도자기를 팔고 토베이는 그 돈으로 갑옷과 창을 사서 마침내 사무라이가 된다.

겐주로는 술잔과 그릇을 외상으로 사서 배달을 부탁하는 갓 쓴 여자( 쿄 마치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에 출연했다.)를 따라 숲속의 저택으로 가고 거기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전란으로 가족전체가 몰살을 당하고 여자와 유모만이 살아남은 집안의 기둥서방이 된 것이다. 거기서 겐주로는 아내와는 비교될 수 없는 밀납인형같은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와 꿈같은 살림살이를 한다.

사무라이 토베이는 운 좋게도 적장의 목을 잘라 그 공으로 부하와 말을 얻어 금의환향길에 오른다. 가는 도중 술과 여자로 호객행위를 하는 창녀의 유혹에 끌려 유곽에 들르는데 거기서 아내를 만난다.

창녀가 된 아내는 말한다. “당신이 출세할 때 나도 출세했다. 예쁜 옷 입고 화장을 하고 매일 술을 마시며 여러 남자와 자고 있다. 난 여자로서 출세했다. 자 오늘은 당신이 손님이다.”

아무리 바보, 얼간이라고 해도 이런 말을 들으면 억장이 아니 무너질 수 없다.

여자에 빠져 도끼자루 썪는 줄도 몰랐던 겐주로는 죽을 상이라는 스님을 만나 부적을 받고 저택을 떠나 집으로 온다. 부서진 도기 파편이 마당에 가득하고 집은 마치 폐허와 같다.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간다. 아내가 있다. 아들도 있다. 그는 긴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잘못했다는 남편을 아내는 용서해 주며 정성스럽게 술 한잔을 따라준다. 다음날 깨어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아내는 이미 죽고 없다. 그가 한 때 같이 살았던 여자나 아내는 죽은 혼령 이었던 것이다.

한편 토베이는 다리위에서 창과 갑옷을 던지며 아내와 평생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순애보다.

이 영화가 나오자 서양에서는 대단한 영화로 평가했으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우리 시선으로 보면 제목처럼 ‘비오는 달밤의 전설’ 정도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유령이 등장하는 등 처음 보는 것에 대한 서양인들의 과대평가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 영화를 만든 미조구찌 겐지 감독은 구로자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와 함게 일본의 대표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도자기를 굽는 모습과 죽음을 앞에 두고도 가마의 불씨를 살리려는 도공의 혼을 보면서 그 도공은 임진왜란 때 강제로 끌려간 조선의 후예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국가: 일본
감독: 미조구찌 겐지

출연: 모리마사유끼, 오자와 에이타로, 쿄 마치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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