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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와해된 공조체제 살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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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와해된 공조체제 살릴 수 있나
  • 의약뉴스
  • 승인 2014.01.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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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원숭이처럼 사이가 나쁜 관계를 ‘견원지간’이라고 한다. 심하게 표현하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원수지간이거나 앙숙을 표현하는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의사와 약사간의 다툼을 이에 견준다면 해도 너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런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의협과 약사회의 이익단체인 약사회간의 충돌이 심상치 않다.

한때 의협 노환규 회장이 약사회 조찬휘 회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의료영리화나 법인약국에 대해 공동투쟁을 하는 등 서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말 그대로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것이 서로의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확인되고 있다.

각자의 이득 앞에서는 공동현안 조차도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알다시피 최근 약사회는 대한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이 환자정보 유출이라는 혐의로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드러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약학정보원은 물론 약사회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약사회는 최근 약학정보원 압수수색이 의협의 제보로 진행됐다는 보도에 대해 격앙된 감정을 보이면서 의협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수위로 비난했다.

‘의협의 위선에 연민을 느낀다’ 가 약사회의 입장 발표문 제목이다. 제목부터가 의협을 깔보는 듯한 뉘앙스가 역력하다. 겉으로만 착한 체한다는 위선이나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긴다는 의미의 연민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실제 내용은 더 신랄하다. 몰래 약사회를 음해하는 명예롭지 못한 의협의 작태에 경악하고 표리부동하며 호전적이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10만 의사를 대변하는 최고의 직능단체인 의협이 몰래 약사사회를 음해하는 명예롭지 못한 작태를 보였고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의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쓴 약사회의 입장도 이해할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제보자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던 터였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송단을 공개모집하는 등 심기를 건드려 왔는데 여기에 제보자로 알려지자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약사회가 보기에 의협은 자신들의 이익을 제 1선에서 해하는 집단이라고 판단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약사회와 의협은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협이 아무리 사실무근이고 아니다 라고 해도 약사회의 돌아선 마음을 돌이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협이 사과하고 소송인단 모집을 취소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지금 의협에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협은 의협 나름대로 로드맵이 있고 약사회의 지적처럼 내부에 대한 관심을 외부에 돌려야 하는 말 못 할 사정도 있다.

의약계 최대 단체인 의협과 약사회의 싸움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전에도 크고 작은 다툼이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으로까지는 가지 않았다. 두 단체의 싸움은 그들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협은 당장 3월 3일로 예정된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반대 총파업에 약사회의 암묵적 동참이나 지지가 없다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고 약사회 역시 법인약국 반대에 의협의 협조가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리게 된다.

아무리 상대가 미워도 넘어야 할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의협과 약사회가 서로 한 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와해된 공조체제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 책임을 묻는 것보다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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