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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합의에 대한 '마이너리티'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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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합의에 대한 '마이너리티'의 한숨
  • 의약뉴스
  • 승인 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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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라는 거대한 물결이 약사사회를 집어 삼키고 있다. 다른 어떤 이유나 조건도 6년제 실현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고 왜소해진다.

누구도 6년제를 반대하지도 반대할 수도 없다. 역적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22일 만난 한 약사는 "약대 6년제 좋다, 하지만 6년제가 밥줄을 끊어서는 안된다"고 조용히 말했다. 소수 의견일 수도 있고 다수의견일수도 있는 6년제 합의에 대해 할말이 있다는 한 개국약사를 만났다. 그는 기사를 쓰는 기자도 욕먹을 수 있으니 보도여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그만큼 6년제는 다른 모든 현안을 일시에 집어 삼키는 '전가의 보도'가 됐다. 기자가 만난 약사는 한약을 오랫동안 했고 한약에 관심이 많다. 그가 한약을 약사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약대에서 배우는 생약이 한약이며 한약을 고유학문으로 발전시키고 앞으로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작업이 약사의 몫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약은 모두 생약에서 나오는데 생약공부는 약사가 제일많이 하고 최고 전문가라는 것.

50년 동안 해온 한약을 앞으로 한약학과 졸업생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분개했다. 이런 내용을 전국의 약사들에게 의견을 묻고 한약정이 합의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약없는 약대 6년제는 약대 6년제라는 명분은 얻고 실리를 잃는 우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의약분업을 해야 한다는 대원칙 때문에 성분명 처방이나 주사제를 뺏긴 예를 들면서 약대6년제가 한약을 약사로부터 빼앗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분업으로 약사사회는 처방전을 받는 문전약국과 그렇지 못한 약국간의 경쟁으로 일체감을 상실했고 이제 약대 6년제로 약사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 들었다고 자조했다.

서구는 물론 중국 등 한약을 한다는 나라도 의료일원화인데 약대 6년제가 의료이원화를 고착시키고 약사를 의사나 한의사의 보조원 정도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단했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복지부장관이 입만 열만 약대 6년제 한다고 했는데 왜 굳이 이것 저것 다 주면서 서둘렀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약사는 약대 6년제는 정부말대로 시대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올해 아니면 내년 정도면 자연히 이루어 질텐데 굳이 약사회가 나서서 통합약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한약을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을 내세울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황청심원이나 한방의 원리로 만들어진 한약제재조차 팔지 못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으나 이를 2만 8천명의 조제약사나 전국 5만약사에게 알리지 않고 한 두 명이 만나 합의한 것은 두고두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약을 내줄 만큼 약대 6년제가 그렇게 절박했느냐는 것이다. 이제 의사들이 반대하니 약사회는 의사들을 무마하기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해 약사의 업권을 포기할지 두렵다며 나야 나이가 들고 약국을 접어도 괜찮지만 이제 막 개국한 약사나 차후 배출될 약사들의 앞날을 보기가 두렵다고도 했다.

의사들에게는 엄격한 복약지도를 약속해 일반약에 대한 상담 등은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일반약 활성화는 물건너 가게 된다는 것.

무엇보다 한약을 독점한 한의사들로 인해 한약값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국민의료비의 증가가 불보듯 뻔하다고 허탈해 했다.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 조제하는 약사, 한약도 팔지 못하는 약사로 전락한 약사들의 신세는 앞으로 간호사보다도 위상이 저하될 것이라고 이 약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정말 이런 이야기를 기사화 할 것이냐고 여러번 되풀이 묻은 그는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말고도 더 있을 것이고 그런 소수의 의견도 기록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아니냐고 말문을 맺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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