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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실거래가 이득보다 손해가 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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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실거래가 이득보다 손해가 크다면
  • 의약뉴스
  • 승인 2013.12.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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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실거래가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가 벌집을 쑤신 듯 어수선 하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업계를 위축시킬 제도 시행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시장형실거래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의 다른 이름이다. 약을 싸게 구입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인데 이미 2010년부터 2012년 1월까지 16개월간 시행한 제도였다.

중단된 제도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비록 유예 기간이었다고는 하나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것인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도 복지위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시행시기 중 병원이나 약국이 받은 인센티브는 2339억원에 달했으며 지급된 인센티브 가운데 91.9%는 종병이상 대형병원에 집중됐다.

반면 약값이 내려가 아낀 건보재정은 최소 700억원에서 최대 1800억원에 불과했다. 오히려 건보재정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제도시행의 당위였던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못 박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제약협회를 방문했으나 여론 무마용이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사장단사의 총사퇴와 약사회 등 관련 6개 단체의 반대 성명 등으로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규제기관인 복지부를 상대로 제조업체가 싸우기는 역부족이어서 땅을 치면서 울부짖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혁신형제약기업이니, 신약개발을 위한 R&D지원이니, 세계 7대 제약강국이니 하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제약업을 기만했다고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재시행은 안 된다, 정 하고 싶으면 몇 년간 유예라도 해달라는 간곡한 청을, 좀 심하게 표현하면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도 시행을 유예하거나 재시행이 안 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업계의 이런 딱한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왜? 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유예 기간 동안은 뭐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호들갑이냐고 묻는 다면 야속하다고 할 것이니 정부가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자기반성은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시행을 해도 업계의 이윤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싶다. 약가인하하면 ‘제약사 다 죽는다’고 했지만 실적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리베이트 근절을 수 없이 약속하고도 계속 적발되는 사례를 보더라도 시장형실거래가를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남으니까 ‘돈 질’을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면 이는 업계에 대한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클린 경영을 하지 못한 점, 여전히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커녕 증폭 시키고 있는 우려도 정부가 업계를 믿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이득에 비해 크지 않다면 업계의 주장처럼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도 시행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병원이다. 그것도 대형병원, 대학병원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병원협회는 제도 시행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병원들은 정부가 정한 가격(상한가) 보다 저렴하게 약을 구매하고 싸게 구매한 금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챙기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음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잘 생각해 봐도 공단의 재정은 아닌 것 같다. 앞서 김성주 의원의 지적처럼 되레 손해를 보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해를 보는 제약사와 이득을 보는 병원을 놓고 보면 꼬인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병원이 이득을 보고 제약사가 손해를 보는 맞바꾸기 정책을 굳이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제약사는 이익이 나면 그것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알다시피 연구개발은 하루 이틀에 걸쳐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십 수 년의 세월과 천문학적인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사의 악전고투를 생각하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병원에 대한 불신이나 또 다른 뒷거래 등 새로운 형태의 불법이 조장될 염려도 있다. 합법적인 리베이트인 저가구매 인센티브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이런 것이다.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00여개 제약사들은 연대서명을 한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바 있다. 이번에도 탄원서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고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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