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에 가보면 바다는 텅비어 있습니다.
황량함, 쓸쓸함이 온 몸을 휘감아 오면 겨울바다는 원래 이런줄 몰랐어? 하고 자문해 봅니다. 텅빈 곳에 물결 찰랑이며 한무리의 갈매기가 날개짓을 합니다.
어! 하고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시린 손을 꺼내 흔들어 줍니다. 나를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시간, 시간의 끝에는 춥고 시린 겨울이 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라는 시 입니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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