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뒤섞여 있군요.
뱃머리에 서니 갈매기가 따라옵니다. 새우깡이 없으니 녀석이 똥을 냅다 싸지르지 않을까 한 발 뒤로 물러 섭니다.
선착장에 걸린 한치가 되더라도,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인생을 미워하지 않는 여유있는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정호승 시인의 '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 라는 시입니다.)
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정호승
고맙다 나도 이제 무인도가 되었구나
저무는 제주바다의 삼각파도가 되었구나
고맙다 내 죄가 나를 용서하는구나
거듭된 실패가 사랑이구나
느닷없이 내 얼굴에 똥을 갈기고
피식 웃으면서 낙조 속으로 날아가는 차귀도의 갈매기여
나도 이제 선착장 건조대에 널린 한치가 되어
더이상 인생을 미워하며 잠들지 않으리
나도 한번 하늘에서 똥을 누게 해다오
해지는 수평선 위를 홀로 걷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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