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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 내시(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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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 내시(1968)
  • 의약뉴스
  • 승인 2013.12.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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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도 없고 씨도 없는 쭉정이 사내 인간을 천하게 불러 ‘내시’라고 했다.

내시는 구중궁궐 깊숙한 곳에 살면서 상감마마를 보필하고 정사를 도왔다. 간혹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십상시’처럼 간신배 역할을 하면서 역사의 중추인물로 부상하기도 한다.

조선조 13대 임금 명종 시대.

새로운 내시들을 훈련시키는 내시감(박노식)의 호령이 서릿발 같다. 혹 있을지 모를 역적질에 대비해, 귀하신 분이라 빨리 달릴 수 없는 임금을 등에 업고 피신시키기 위해 하는 훈련이다.

훈련생 중에는 장호(신성일)도 있다. 하급양반에 속했던 장호는 애초 내시에 지원한 것은 아니다. 자옥(윤정희)을 사랑한 죄로 김참판(최남현)의 졸개들에게 강제로 불알이 발려 내시가 된 경우다.

내시가 됐어도 두 사람은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다. 김참판은 가문의 영광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옥을 임금(남궁원)의 후궁으로 밀어 넣는다. 이때 자옥의 몸종(김혜정)도 같이 입궐하고 임금은 자옥 대신 '종년'을 품는다.

 

사사건건 정사에 간섭하며 세자를 빨리 낳으라는 대비(윤인자)의 섭정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다. 종년에서 일약 후궁 신분으로 상승한 몸종은 주인 자옥을 박대하는 악녀가 되고 자옥은 사랑의 힘으로 수청 들기를 거부한다.

꾀병을 핑계 댄 것이다. 감히 왕명을 거부한 자옥의 운명은 이 때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임금은 내시 장호를 창문 앞에 세워 두고 자옥과 섹스를 하는데 자옥의 신음소리를 문틈으로 듣는 장호의 몸부림은 비록 씨 없는 수박이지만 사내의 슬픈 분노가 온몸으로 사무쳐 온다.

후궁들을 관리하는 상궁(도금봉)은 자옥의 자태에 반해 뺨을 부비고 가슴을 만지고 입술을 대는 등 동성애를 시도해 관객들의 숨소리를 멎게 하지만 자옥은 상궁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자옥아, 여기 궁중에서는 상감만 빼고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내가 싫으냐, 자옥아!”라며 울부짖으며 자기 몸을 만지는 상궁의 달뜬 얼굴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여인의 욕정을 짐작케 한다.

내시감의 도움으로 살아서는 못나간다는 궁을 탈출한 장호와 자옥은 소쩍새 울음소리가 나는 깊은 산속에서 서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온전하겠는가.

있어야 할 물건을 거세당한 장호는 이미 사내 맛에 길들여진 자옥을 만족시킬 수 없자 거친 분노를 표출하고 그런 장호를 자옥은 여전히 사랑의 힘으로 이끈다.

한편 왕의 추격대는 장호를 처참하게 죽이고 자옥은 다시 궁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때 스스로 간택된 윤여정의 눈빛은 요염한 계집아이로 돌변한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다.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장호에게 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도 온전히 왕에게 있는 것이다.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가장 화려하듯 임금과 자옥은 뜨거운 육체를 마음껏 불태우는데 임금에게는 오늘이 바로 제삿날이다.

입속에 독침을 품고 있던 자옥은 절정의 순간에 자신의 몸 위에 올라와 있던 임금의 뒷목에 깊숙이 침을 꽃아 넣는다. 임금도 죽고 자옥은 자살한다.

신상옥 감독은 '내시'로 한국의 대표감독의 위상을 확고히 다진다. ( 1953년 당시 최고의 여배우 였던 최은희와 결혼했다. 1978년 납북된 후 북에서 활동하다 1986년 탈출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6년 79세로 사망했다.)

 '내시'라는 발칙한 단어를 제목으로 삼을 만큼 도전적인 이 작품은 한국영화의 황금기인 60대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남궁원과 몸을 섞을 때 보여주는 윤정희의 '치명적인 눈웃음'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국도극장 단일관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당시 32만명이라는 파격적인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언론들은 우리영화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예술의 최고봉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문투성이의 자막과 일부러 강약을 조절해서 내는 해설자의 설명, 작은 먼지 같은 점점이 빛, 번쩍이는 칼러 화면, 화려한 칼싸움이 볼 만 하다.

국가: 한국
감독: 신상옥
출연: 윤정희, 신성일, 박노식,남궁원, 도금봉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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