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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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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 의약뉴스
  • 승인 2013.11.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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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기차를 타면 옆자리에 앉을 사람에 대한 기대감은 지금처럼 좌석제가 아닌 먼저 오는 사람이 임자인 시절에 특히 더했다.

보통 서너 시간 길게는 5~6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는데 기왕이면 옆에 그럴듯한 사람이 탔으면 하는 바램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그런 기대에 딱 맞는 사람이 간혹 올라타 '썸씽'이 이루어지나 현실에서는 언제나 꿈만 꾸고 매번 '꽝'을 연발하는 복권처럼 맞는 일이 없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원제: It Happened One Night)은 자신만만한 남자와 철딱서니 없는 여자가 서로 옆자리에 앉아 뉴욕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4일간의 이야기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특종에는 강하지만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는 피터 원( 클라크 케이블)은 술을 먹고 해고를 당하고 부자를 아버지로 둔 딸 엘리 앤드류스( 클로데트 콜베르)는 비행사와 결혼을 하기 위해 요트를 탈출한다.

두 사람은 버스에 우연히 앉아 서로 반감을 가지고 티격태격 하지만 피터는 특종을 쓰기 위해, 엘리는 무사히 뉴욕으로 가기 위해 서로를 이용한다.

그 사이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해 공항을 폐쇄하고 철도를 봉쇄하는 등 돈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버지 앞에서 밥상을 뒤엎고 담배연기를 얼굴에 뿜어대는 시쳇말로 '된장녀' 행동을 하지만 딸바보처럼 아버지는 딸앞에서는 사족을 쓰지 못한다.

그렇게 자란 딸이 오죽하겠는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세상물정 모르고 허세와 특권의식이 가득하다. 하지만 피터는 이런 말괄량이 여자를 조금씩 길들이면서 그녀의 뉴욕행을 돕는다.

여자의 신분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만한 유명인사라도 난체하는 그의 자신감을 막지는 못한다. 티격태격하고 서로 못잡아 먹어서 으르렁 거리는 그 여행이 순탄할 리 없다. 버스는 진창에 빠지고 날은 저물고 두 사람은 여관에 투숙한다.

물론 남남이 아닌 부부로 위장해서 말이다. 줄을 걸고 담뇨를 걸쳐 경계를 만들었다고 해서 옆에 있는 서로의 존재를 무시할 순 없다.

특히 피터의 잠옷을 입은 엘리는 묘한 감정에 휩쌓이면서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끊임없는 입씨름 와중에도 남성다움, 거침 없는 추진력, 임기임변에 능한 잔재주에 서서히 빠져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엘리는 피터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피터는 거절한다. 겸손을 모르는 것은 엘리나 피터나 마찬가지다.

"당신없인 못산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거부의 딸을 '거부'하는 피터의 결단력, 과연 이런 남자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이런 남자가 그 때는 있었나 보다.

뉴욕에 도착한 엘리는 비행기로 날아온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주례앞으로 행진한다. 아버지는 말한다. 결혼하기 싫으면 뒷마당으로 가라고.

아버지는 딸이 이 남자 대신 그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카데미 최초로 작품, 감독, 남녀 주연, 각본상 등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엄지손가락을 들거나 허벅지를 드러내는 히치 하이킹 장면 등 잊을 수 없는 명장면들이 보는 내내 흐뭇하고 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연예신문도 아니면서 헤드라인으로 뽑는 신문의 호들갑도 볼 만하다.

남녀 주인공이 아무 의미 없는 듯이 빠르게 내뱉는 수준높은 대사는 왜 각본상이냐고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한 박자 늦게 웃어도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스토리 전개는 무리가 없다.

5살 사내아이 같은 '클라크 케이블'의 장난기 어린 눈웃음,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콧수염을 만지며 파이프 담배를 피는 모습이 능글맞은 표정과 함께 영화의 잔재주를 더해준다.

프랑스 출신의 '클로데트 콜베르'는 이 영화이후 1993년 타개할 때까지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면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국가: 미국

감독: 프랭크 카프라

출연: 클라크 케이블, 클로데트 콜베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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