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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벌죄 이후 리베이트 유혹의 검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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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벌죄 이후 리베이트 유혹의 검은 그림자
  • 의약뉴스
  • 승인 2013.11.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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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하면 흔히 제약사가 의사나 약사에게 주는 검은 돈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흔하다. 최근의 조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의료기기 업체들의 의사 리베이트 또한 이에 못지않다. 아는 사람들은 알았던 의료기기 회사의 의사 리베이트가 대규모로 터졌다. 의사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할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할지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인공관절과 관련한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알려진 대로 인공관절 시장은 크게 팽창하고 있으며 업체 간의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인공관절 업체는 지난 7월부터 4개월간 납품대가로 개인 최대 12억 8000만원을 지급했다.

총액으로는 무려 78억원 규모이며 여기에 모두 49명의 의료종사자와 영업사원이 연루됐다. 이같은 사실은 21일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흥준)의 치밀한 수사결과 밝혀진 내용이다.

서부지청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총 32개 병원 49명의 관련자 가운데 의사 9명이 포함됐다. 검찰은 연루자 12명을 구속기소하고, 35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달아단 2명의 영업사원은 기소 중지했다.

이 가운데 수사 초기에 기소한 사건에서 1심결과 3명은 실형을, 7명은 집행유예를, 9명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28명은 1심이 진행중이다. 수사결과에서 나타난 리베이트 수법은 은밀하면서도 과감했다.

A메디칼은 의사들과 인공관절(TKR)의 경우 개당 40만원에서 70만원, 척추수술용 접착물질(RACZ)의 경우 개당 22만원에서 55만원, 나사못 등 척추 관련 의료기기(Spine)의 경우 총 매출액의 20%∼40%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약정을 마친 A메디칼은 의사들이 매달 사용한 의료기기의 개수나 매출에 따라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거나 미리 리베이트를 선 지급 한 후 이를 차감하는 형식의 지능적인 방법을 동원해 수사망을 따돌리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메디칼은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대표이사로 등재시킨 수십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 상품권을 다량으로 구입해 할인받아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했고 작업이 끝난 후에는 해당 페이퍼 컴퍼니를 폐업시킨 후 새로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방법을 동원하는 등 수법이 매우 정교했다.

이 의료기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과 독점공급계약 체결 또는 차용증서 작성 등의 방법을 통해 위장하기도 했으며, 일부 의사들에게는 연구비 지급형식으로 꾸미기도 했다. 동원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리베이트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것이다.

의사들은 급여 외에 매달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착복했고 이렇게 착복한 돈으로 생활비는 물론 유흥비와 외제차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일부는 병원 운영비로 쓰는 등 흥청망청한 생활을 누렸다.

특히,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들은 ‘의료기기를 사용해 주니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하는 등 죄의식도 희박했다. 일부 의사들은 노골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그리고 해당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돈도 돌려주지 않았으며, 병원 파산을 이유로 갚지 않고 도주하기도 했다는 것.

이쯤 되면 의사 도덕성 운운은 정말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메디칼 회사는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적발될까 두려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번 리베이트에는 전국에 복수의 네트워크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P모씨도 연루됐다. 그는 무려 12억 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선지급 받은 후 이를 차감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A사 제품을 사용토록 했다.

대규모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리베이트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이다.

우리는 많은 의사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자 건강과 국민생명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일부 이런 의사들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전체 의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쌍벌죄 이후 의사들의 검은 돈 수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리베이트는 성행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도덕성도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수사 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제약사-의사, 의료기기사-의사 간의 검은 고리가 끊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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