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품코드로 검색하자 A사의 약품명은 xyz으로 바뀌어 있다. 성분명은 그대로인 것으로 봐서 이것이 계속 처방되던 약인데, 왜 명칭과 제약사가 바뀌었는지 알기 힘든 일이었다.
결론은 그동안 외자사의 오리지널 약의 판권을 가지고 줄곧 판매해오던 국내 A사가 더 이상 판권을 연장하지 못하고 국내에 들어온 원래 외자사의 자회사인 B사에게 제품명과 판권을 회수 당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품목 경쟁과 특허분쟁은 바야흐로 무한 경쟁시대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외국의 거대 제약사의 판권으로 거대 품목을 큰 어려움 없이 판매해오던 국내사들은 하루하루 회수당하는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제약시장은 외자사와 국내사의 품목들이 난무하며 연이은 소송으로 격전을 치르고 있다. 효과가 유사한 약들이 넘쳐나고, 제각각 장점을 부각시키고, 우회적인 마케팅까지 동원되고 있다.
최근 종근당과 노바티스 사이폴-엔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 프로스카에 대한 중외제약과 MSD의 판권 소송, 푸루나졸을 둘러싼 대웅제약과 화이자의 소송 등 국내제약 시장은 이제 품목의 각축전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오리지널, 특허 만료를 기다렸던 제네릭, 최근에는 기존 블록버스터에 다른 성분을 넣은 복합제, 도매상의 오더메이드 까지 새로운 품목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제약사의 품목경쟁의 예로 한 비타민 드링크가 성공적으로 런칭하자 유사한 품목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국가적인 낭비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최근 제약사들이 소송을 불사하며 열전을 치르고 있는 제네릭의 경쟁은 어느 정도 인가? 최근 신영증권은 '지키는 자와 빼앗는 자’라고 표현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제네릭의 시대가 도래하고 신약이 여기에 도전하는 역설적이고도 주종관계의 근간을 바꿀만한 업황변화의 시기에 왔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원료 생산능력, 특허 전략을 포함한 통합적 제네릭 개발역량을 갖춘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제네릭이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전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이 제네릭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ANDA 특허 관련 규정중 paragraph IV, 곧 원 특허의 효력 무효, 혹으 제네릭 품목이 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제소 건수는 점차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앞으로 제네릭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품목들은 한독의 아마릴정, 화이자의 노바스크, 중외 가나톤, LG의 EPO, 제일의 크라비트, 한국MSD의 포사맥스, 환인의 아렌드 등이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화이자의 노바스크로 1100억대의 시장규모에 종근당, 한미 등 14개사가 제네릭의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다.
한독의 아마릴정도 주목된다. 연간 450억대의 매출로 오는 6월21일 특허가 만료되며, 한미, 대웅제약 등 11개사가 제네릭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외 가나톤은 연 200억대로 7월 10일, LG의 EPO는 100억대로 11월29일, 제일의 크라비트는 110억대로 9월30일, 한국MSD의 포사맥스는 150억대로 7월6일, 환인의 아렌드는 80억대로 7월16일 각각 올해 특허가 만료돼 타 제약사들의 도전이 예상된다.
제네릭이 각광 받는 이유는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선구자 역할을 할 종근당의 면역억제제가 미국의 ANDA 출원을 추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중장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방법론만 제시된다면 전세계 제약시장의 1% 밖에 안되는 국내 시장을 탈피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제네릭에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한미약품의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상위 제약사들도 제네릭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생산능력이 세계 시장의 제네릭 활성화의 조류에 편승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국내 제약역사에 새장을 여는 계기가 될 신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자사들의 마케팅 방법을 부단히 습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품목에 대한 수많은 임상적 데이터를 생산하고 처방의 주역인 의료진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점이다.
연구는 신뢰성 있는 연구진들에 의해 수행되고 품목 출시 후에도 계속되며, 때로는 경쟁품목과의 비교도 서슴지 않는, 무리하다 싶을 만치 공격적인 연구를 지속하고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금과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한 의료진들은 신뢰는 높은 수준이다. 인맥 위주의 영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마케팅 풍토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외자사들은 거대 블럭버스터의 특허만료에 대한 대책으로 신약과 복합제 신품목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GSK의 아반다메트, 아벤티스파마의 트리테이스플러스 등 복합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는 주 품목과 함께 빈번히 처방되는 다른 약제의 성분을 더한 것이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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