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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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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1955)
  • 의약뉴스
  • 승인 2013.11.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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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등장인물이 단순하고 주인공의 갈등이 시간차 순으로 진행돼 내용파악이 쉬운 영화가 있다.

이런 영화는 대개 색채는 화려하고 촬영은 현란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묵직한 바디감은 떨어진다.

쉽게 만들어 돈 좀 만져보자는 제작사가 감독과 손잡고 쓰는 이런 방법은 멜로에 흔하고 과거에 유행했지만 스릴러나 오늘날에도 간혹 나와 삼류를 그리워하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더글라스 서크 감독의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원제: all that heaven allows) 은 전형적인 멜로이면서 눈요기에 좋은 컬러가 볼만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삼류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60년 전에 나왔지만 손수건으로 눈물샘을 찍어내야 할 만큼 순정이 겹겹이 쌓여 있고 나이차를 뛰어 넘는 남녀의 사랑이, 사랑을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할 만큼 지고지순으로 표현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천박하지 않고 보고나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가 단순한 스토리를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짜임새 있게 끌고 가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흰 눈은 보아서 아름다운데 당시 나온 테크니컬 컬러 영화의 최고봉으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케리(제인 와이만 : 지난 109호에 소개한 '잃어버린 주말'의 여주인공과 같은 인물이다. )는 상류층 언저리에 있는 과부로 프린스턴( 헐리우드 고전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자식들은 대개 명문대에 다니는 것으로 묘사된다.) 에 다니는 다 자란 아들과 딸이 있다.

무료한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외로움을 달랜다면 케리는 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일도 없고 자식들의 원망을 들을 필요도 없다.

추파를 던지는 또래의 늙은 남자들에게 간혹 몸을 맡긴다면 케리의 인생은 그럭저럭 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케리는 정숙한 여자다. 함부로 몸은커녕 입도 허락하지 않는데 이런 정숙한 부인 앞에 나무의 가지나 치는 정원사 론 커비(록 허드슨)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출연진 전체를 통틀어 돋보이는 용모를 가졌다. (케리의 친구로 나오는 배우들은 케리에 비해 너무 늙었고 용모도 뒤쳐진다. 론의 친구 역시 외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감독은 그런 설정을 일부러 한 것 같다.) 케리는 비록 젊지는 않지만 앞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세 줄의 큼직한 진주목걸이를 걸면 충분히 인생을 즐길 만 하며 커비는 누가봐도 잘생겼다.

몸도 근육질이고 쓰는 말투도 정원사 치고는 점잖은데(극중에서는 성공한 상류층 보다 더 지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한 술 더 뜬다.

 

남자는 여자를 이렇게 대해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주는데 그런 커비에게 케리가 쏠리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커비에게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케리와 어울리기에는 지나치게 젊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마을 사람들과 떨어져서 산속에서 동물처럼 살고 있다. 그럴 수는 있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곳에서 커비는 장작불을 때고 핸리 데이비스 소로우의 '월든'을 읽는다. (법정스님이 추천한 바로 그 책이다.)

이런 남자에게 여자는 빠져 들어야 한다. 예상대로 케리는 물레방아가 도는 그의 집에서 커비와 한 몸이 되고 결혼을 약속한다. 순탄할 것 같은 두 사람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나이차 때문이다. 커비는 극중 외모로 보면 그렇게 문제될 것 같지 않지만 내용상으로는 캐리의 아들 뻘 정도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연하의 남자가 좋다고 대놓고 떠들어 대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은 커녕 '능력녀'로 추앙받고 있지만 영화가 나온 1955년은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입방아에 오를 만하다.

특히 장성한 자식들은 엄마의 사랑에 쐐기를 박는다. 아들은 집을 떠나고 딸은 아버지가 생존해 있을 때도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소문에 울고불고 난리 브루스다.

엄마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잘 그을린 피부,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을 보고 혹했다는 수군거림도 견딘 케리였지만 이 대목에서 무너지고 만다. 결국 케리는 동네사람들의 입방아와 자식들의 반대로 결혼을 포기한다. 계절은 가을을 지나 뿔달린 사슴이 먹이는 구하는 겨울이다.

졸업한 아들은 신세계를 그리며 신나 있고 18살 딸은 결혼한다고 마냥 행복하다. 대대로 물려받은 집을 팔아서는 안된다던 아들은 쓸모없는 집을 팔라며 성화이고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비와 결혼을 포기했다고 힐난하는 딸 앞에서 엄마는 무력하다.

케리의 눈은 수심에 가득 차 있고 두통은 가시질 않는다. 케리는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진실을 찾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눈길을 헤치고 커비의 오두막집을 찾는 케리.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게 한 것을 돌려놓기 까지 케리는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

1974년에 나온 베리너 파스빈더 감독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에 영감을 준 영화로 거론된다. 젊은 남자와 늙은 여자의 사랑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데 종교와 인종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보다는 좀 더 심란하다.

국가: 미국

감독: 더글라스 서크 감독

출연: 제인 와이만, 록 허드슨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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