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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선 라이즈(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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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선 라이즈( 1927)
  • 의약뉴스
  • 승인 2013.11.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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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온 여자는 세련됐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단정하게 자른 머리 위에는 둥근모자를 썼다. 호감 간다기보다는 속된 말로 섹시한 자태가 돋보인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 어찌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터인데 여자가 먼저 엉덩이를 세련되게 흔들면 넘어가지 않는 남자는 없다.

그런 남자가 있다면 그게 어디 사내인가. F.W. 무르나우 감독의 '선 라이즈'(원제: sunrise: )는 이런 여자와 이런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에서 온 여자(마거릿 리빙스턴)는 시골 남자(조지 오브라이언)를 대놓고 유혹한다. 불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휘파람을 부는데 사랑스런 아내(자넷 게이너)와 귀여운 애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집을 빠져 나간 남자는 예상대로 여자의 깊은 가슴에 안긴다. 때는 여름 휴가철이고 벗고 있기에 적당한 계절이기도 하다.

 
세련된 몸매의 여자는 휴가철이 지나도 도시로 떠나지 않고 시골에 남아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는데 위로 치켜 올라간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촛불에 담뱃불을 붙이는 여자의 고혹적인 자태는 바라만 봐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인데 시골 남자의 심장은 오죽하겠는가.

소문은 돌고 남자는 아예 대놓고 바람을 핀다. 남편이 없는 빈자리에 밥을 내려놓고 여자의 몸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다.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우는 아이를 달래다 껴안는데 밖에서는 두 남녀가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 있다.

장면은 서로 겹쳐지는데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다.

한 때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처럼 근심걱정 없이 행복했던 부부는 이제 서로 남남이 되기 일보직전이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여자는 점점 더 대담해 진다. 농장을 팔고 도시로 가자. 아내는 어떻게 하고? 물에 빠트려 죽여라.

조용하고 평화로운 영국의 농촌마을에 살인사건이 벌어질 참이다. 고뇌하던 남자는 결국 여자의 지시로 아내를 살해하기로 하고 뱃놀이를 핑계로 강으로 나간다.

무심한 표정으로 노를 젓는 남자의 시선에서 위기를 느낀 아내는 두 손을 모아 살려 달라며 몸을 떠는데 남자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아내는 전차를 타고 도시로 도망간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용서를 비는 남편과 외면하는 아내.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진심을 확인한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는다. 방금 결혼한 신랑신부처럼 두 사람은 성당을 나온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꽃도 사고 이발도 하고 놀이공원에서 근사한 식사도 하고 춤도 춘다. 위기 뒤에 사랑이 더 다져졌다. 부부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만 폭풍우를 만난다.

구사일생으로 남자는 살아서 왔지만 여자는 돌아오지 못했다. 죄책감에 남자는 울부짖는다. 뒤늦게 마을사람들의 수색으로 아내가 살아서 돌아온다. 살인의 도구로 사용하려던 ‘부들’이 목숨을 건지게 한 것이다.

해피 앤딩은 대개 초라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뿌듯한 느낌이 여운으로 남는다. 그만큼 영화를 관통하는 힘이 시종일관 묵직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수완은 이런데서 오는 것이다.

무성영화이고 흑백이지만 스릴 넘치는 긴장감은 지루할 틈이 없다. 말이 없는 대신 상황에 따른 음악과 적절한 시기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교교한 달빛 아래 벌어지는 뱃놀이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마차를 타고 떠나는 도시 여자의 뒤로 찬란한 아침해가 떠오른다. 최초의 아카데미 감독상은 ‘날개’ 이지만 이 작품 역시 독특하고 예술적인 제작상을 받아 동시 수상작이라고도 한다.

작품성에서는 선 라이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무성영화의 진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성영화라는 찬사가 붙는다.

국가: 미국
감독: F.W. 무르나우
출연: 자넷 게이너, 조지 오브라이언, 마가릿 리빙스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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