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정해진 곳을 알고 가는 사람의 모습 역시 보아서 아름답다.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원제: I know where i'm going)는 어려서 부터 자신이 갈 곳을 정확히 알고 가는 한 여성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조안(웬디 힐러)은 1살 때 부터 그러니까 기어다닐 때 부터 어디로 가야할지를 정확히 알았다.
왼쪽이나 오른쪽이 아니고 바로 직진하는 것이다. 5살 때 글을 쓸줄 알았고 12살이 되기전 인조실크일 망정 스타킹을 얻었고 다른 애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우유배달 마차를 얻어 탔다.
18살에 직장인이 돼서는 원하기만 하면 일주일에 두 번은 남자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최고급 호텔에서 먹는 저녁을 더 좋아했다. 25살이 돼서는 아빠뻘의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은행지점장인 아빠는 검소하지만 조안은 사랑보다는 영국 최고의 갑부 중의 하나인 남편의 돈을 택한다.

나이가 많다는 아빠의 지적에는 아빠가 어때서? 라고 반문하면서 약혼을 의미하는 다이아몬드를 낀 손을 보여준다. 걱정하는 아빠에게 "아빠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제가 가는 길을 알아요" 라고 안심시킨다.
그리고 결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난다. 기차 여행 후 목적지인 칼로란 섬으로 가기 위해 근처 어느 섬에 잠시 묵는데 날씨가 고약하다.
비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눈으로 보면 보일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배는 묶여 있고 내일로 예정된 결혼식에 참석하기가 어렵다. 30분이면 갈 수 있으나 자칫 몇 초만에 저세상 사람이 될수도 있는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호텔에 머물면서 조안은 역시 섬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 군인 맥닐( 로저 리브세이)의 유혹에 그만 한 눈을 팔고 더 묵게 되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돈으로 젊은이의 배를 산다.
결혼할 애인이 있는 젊은 뱃사공은 4-5년 뒤의 결혼이 아닌 당장 결혼을 하고 싶은 나머지 배를 띄운다.
뒤늦게 배가 떠나는 것을 안 맥닐은 같이 배에 올라타는데 소용돌이 근처에서 배는 엔진 고장을 일으킨다.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가 바다에 빠진다.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맥닐을 배를 고쳐 다시 섬으로 돌아온다. 조안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돈많은 갑부가 아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맥닐이라는 것을 안다. 두 사람은 저주를 풀 듯 오래된 고성에서 깊은 키스를 한다.
영화에서 조안의 결혼상대 남자는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돈은 많지만 인격적으로 덜 성숙됐다는 것을 버스를 탄 사냥꾼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에 반해 맥닐은 용모가 준수하고 점잖은 신사로 나온다.
둔한 눈치의 관객이라도 두 사람의 사랑이 엮이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나뭇잎같은 목선의 위태로운 모습은 당시 어떻게 저런 모습을 촬영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국가: 영국
감독: 마이클 파웰, 에머릭 프레스 버거
출연: 웬디 힐러, 로저 리브세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