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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사이코(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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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사이코(1960)
  • 의약뉴스
  • 승인 2013.09.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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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가 담장을 넘어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딱 지금 이맘때쯤 일 것이다. 따스한 가을햇볕이 대청마루에 들이 칠 때 낮잠을 자다 눈을 뜨면 마당가의 담장으로 커다란 구렁이가 꼬리는 땅에 두고 몸통은 튀어나온 돌을 감아 돌고 머리는 담장너머를 기웃거리느라 세우고 있는 모습 말이다.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가 꼬리를 우악스럽게 밟거나 신발짝으로 등판을 내리치면 그 때서야 구렁이는 긴 몸을 끌고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검은색 혹은 붉은빛을 띄었는데 먹구렁이, 황구렁이로 불렀다.

현재는 거의 사라져 멸종위기 동물 2급으로 지정된 구렁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것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원제: psycho)의 첫 화면이 마치 구렁이가 담장을 넘어가는 것처럼 여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열린 건물 사이로 카메라는 내시경처럼 빠르지 않고 천천히 들어가는데 그 속에는 몸에 딱 붙은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고운 여자 마리온 (자넷 리)과 잘생긴 반라의 남자 샘 루이스( 존 개빈)가 있다.

마치 교미를 하는 구렁이처럼 얽혀 있던 남녀는 아쉬운 듯, 서두르는 폼이 불륜이거나 뭔가 부족한 초보 연인처럼 보인다.

 

여자는 부동산 회사의 직원이다. 마침 그날 오후 돈은 많아 사람이 덜 된 고객으로 부터 딸의 결혼 선물용 집값으로 현금 4만 달러의 거액을 받는다.

여자는 그 돈을 은행에 예치해야 하지만 발걸음은 은행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다. 돈을 갖고 튀기로 작정하고는 타고 왔던 차를 팔고 중고차로 갈아탄다. 수상쩍은 행동으로 경찰이 따라 붙지만 마리온은 유부남 애인 샘이 있는 곳으로 여정을 계속한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저녁인데 갈 길은 멀고 비가 억수로 내린다. 길을 잘못 들은 여자는 낡고 허름한 모텔에 투숙하는데 거기에 우리의 주인공 노먼 베이츠(안소니 퍼킨스)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기다리고 있다.

깊고 큰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따뜻하며 모성애도 있어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한 여자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오기도 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하고 모텔의 뒤쪽 언덕에 있는 집의 창문에는 노먼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창가에 앉아 있다.

마리온은 식사를 하고 노먼은 "사람들은 어떤 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알송달송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의 머리위에는 박제된 새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

식사를 시작했으니 끝이 있고 마리온은 자기 직전 샤워를 한다.

물이 흐르고 물방울이 마리온의 상체를 적시는데 투명한 샤워 커튼 뒤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비명 소리조차 지를 사이 없이 칼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다. 앞과 뒤를 마구 찔린 마리온은 입을 벌리고 죽는다.

허무한 개죽음이다. 4만 달러 가운데 겨우 차를 사는데 700달러를 썼을 뿐인데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고 시체는 신문지에 말린 돈과 함께 늪으로 빠져든다.

여자가 행방불명 됐으니 회사에서도 찾고 애인도 찾고 그녀의 언니(베라 마일스)도 찾아 나선다. 사립탐정 아보가스트( 마틴 박삼)는 모텔에서 노먼과 대화를 나누고 수상쩍은 점을 찾아 계단을 오르던 중 긴 머리의 여자 비슷한 남자인가 하는 사람에 의해 역시 칼에 찔려 죽는다. 연쇄살인이다.

샘과 언니 그리도 경찰 등이 사건해결을 위해 가세한다. 언니는 지하창고에서 미라인체로 있는 살아 있다던 노먼의 어머니를 보고 노먼은 그녀를 덮치는데 샘에게 제압당한다.

노먼은 여장 남자인 사이코였던 것이다. 평자들은 사이코를 시대를 앞선 웰 메이드 영화라고 말한다.

욕실의 살해 장면은 피 튀기지 않고도 극악한 공포감에 휩싸일 수 있고 여체를 다 보여주지 않더라도 호기심 넘치는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흑백 화면이 보여주는 중후함과 '버나드 허만'의 소름 돋는 음악과 겉은 멀쩡한 괴물역의 안소니 퍼킨스의 완벽한 연기는 이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공포영화의 최고봉, 20세 최고의 스릴러, 가장 완벽한 추리극이라는 찬사는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후반부에 살인을 설명하는 거만하고 젠체하는 정신과의사의 길고 장황한 설명은 이 영화의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을 깨고 주인공이 영화 시작 절반도 안 돼 사라져 감독은 영화 시작 이후에는 관객을 들이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구스 빈 산트 감독은 이 영화의 오마주로 동명의 영화를 1998년 제작했으나 원작에는 미치지 못했다.

국가: 미국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안소니 퍼킨스, 자넷 리, 존 개빈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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