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볼 수 있는 가을 입니다.
산도 들도 푸를 만큼 푸르렀으니 이제 그만 푸르고 분홍으로 노랑으로 빨강으로 바뀌고 싶어합니다.
서 있는 대신 앉기도 하고 존재하는 대신 사라지기도 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기억하는 대신 잊기도 편한 시간입니다. ( 다음은 조태일 시인의 '가을 앞에서' 라는 시입니다.)
조태일 /가을 앞에서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 있어야겠다
마른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라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높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가는 새
물가에 어른거리는 꿈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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