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08:54 (목)
101. 밤의 열기 속으로( 1967)
상태바
101. 밤의 열기 속으로( 1967)
  • 의약뉴스
  • 승인 2013.09.25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신조어 이지만 엄연히 국어사전에 올라와 있는 우리말이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 격차를 줄이거나 뛰어 넘을 수 없을 때 사용한다. 노만 쥬이슨 감독의 밤의 열기속으로(원제: in the heat of the night)는 흑인과 백인의 넘사벽에 관한 이야기 이면서 동시에 넘사벽은 없다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의 간이 기차역에 한 남성이 잡지를 뒤적이고 있다. 준수한 외모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폼이 제법 기품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얼굴색이 검은 흑인이다. 시드니 포이티어가 연기한 버질 팁스란 사내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경관 샘 우드(워렌 오테스)에게 체포된다. 지갑에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된 것이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보안관 빌 길레스피(로드 스타이거) 에 의해 범인으로 낙인찍히지만 살인사건의 최고 전문 경찰이라는 신분이 확인되면서 유치장에서 석방된다.

보안관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강렬하고 반항적이지만 흑인이 백인과 동등할 수 없다는 처연한 슬픔 같은 것이 어려 있다. 어머니를 만나러 왔다가 졸지에 살인범의 누명을 쓸뻔한 버질은 살인사건 같은 것은 아예 다뤄 보지도 못했을 법한 조무래기 경찰들을 돕기로 하고 사건 해결에 나선다.

 

여기서부터 보안관과 버질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넘사벽이 시작된다. 버질은 흑인 엘리트로 살인범을 과학적 기법을 동원해 추적해 나간다.

시종일관 껌을 질겅질겅 씹는(껌을 이렇게도 씹을 수 있구나, 껌 씹는 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연기자는 로드 스타이거가 처음일 것이다. 그는 이 배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아마도 껌 씹는 모습이 심사위원들의 뇌리에 크게 각인된 듯싶다. 아닌가?) 성질 급한 떠벌이 보안관은 버질을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고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부딪치고 협조하는데 감칠맛 나는 연기가 아주 일품이다.

그런데 사건은 쉽게 해결될 듯이 보인다. 그곳 경찰이 도망가는 마을 청년을 잡아 왔기 때문이다. 호의를 보였던 보안관은 이제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버질에게 말하지만 버질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경찰서에 와 있던 시카고에서 온 피살자 콜버트의 부인은 범인이라고 지목한 마을 청년 보다는 범인은 왼손잡이가 아니고 피살자는 살해된 후 현장에 옮겨졌다고 주장하는 버질의 말을 더 신뢰한다. 그는 버질이 이 사건을 계속 맡아 사건을 해결하라고 시장을 압박한다.

다시 버질의 수사는 계속되고 이 과정에서 마을 언덕에 살면서 거대한 목화 농장을 운영하는 백인이 수사 선상에 오른다.

심문하는 버질에게 따귀를 때리는 백인과 맞받아치는 버질, 이를 지켜보는 보안관 사이의 미묘한 침묵.

농장 주인은 버질을 살해하기 위해 건달들을 동원하고 위기에 몰린 버질을 구해주는 보안관.

한편 보안관은 동료 경찰 샘을 유력한 범인으로 체포하는 실수를 범하는데 또한번 버질의 과학수사로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홀로 사는 보안관은 처음으로 자신의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데 그가 버질이다.

두 사람은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사건은 해결되고 버질은 역으로 마중 나온 보안관의 배웅을 뒤로 하고 마을을 떠난다. 사건은 해결됐지만 흑백 인종간의 넘사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흑인 오마바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하물며 영화가 나온 1967년은 말해 무엇하랴. 영화 곳곳에는 백인이 주인이고 흑인이 노예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등장한다.

목화 농장에서 목화를 따는 노동자들은 흑인이고 농장주의 하인역시 흑인이며 돈을 받고 낙태를 일삼는 사람도 흑인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덧붙여 이런 대사들은 흑인에 대한 백인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준다.

“ 흑인은 그 만큼 벌수 없다. 필라델피아에서 온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흑인 보이가 말이야. 백인 옷을 입고 뭐하는 거야? 그 흑인은 토요일이 가기 전에 살아남지 못한다. 보이, 자네 마치 우리 백인 같군, 안 그래? 건방지게 굴지 마, 블랙 보이.”

흑인 음악의 거장 퀸시존스의 리듬앤 블루스가 애잔하다.

국가: 미국
감독: 노만 쥬이슨
출연: 시드니 포이티어, 로드 스타이거, 워렌 오테스
평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