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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오피셜 스토리(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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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오피셜 스토리(1985)
  • 의약뉴스
  • 승인 2013.09.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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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과 고문의 기억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황제 '마라도나'와 '메시'의 나라 남미의 아르헨티나에게도 있다.

1976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비델라'는 1982년 영국과 포틀랜드 전쟁에서 패하자 물러났다. 정권은 민간정부에 이양됐다. 루이스 푸엔조 감독의 오피셜 스토리(원제: the official story)는 쿠데타와 실각사이에서 벌어졌던 만행에 대한  '공식 역사'의 기록이다.

경제를 살리고 사회불만 세력의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명분으로 집권한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소위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반대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으로 정권을 유지해 왔다.

(참고로 1978년 아르헨티나는 제 11회 월드컵을 유치했다. 이 와중에 반대파 3만명을 학살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비델라는 편파판정과 승부조작으로 우승해 정권을 유지했다. )

고등학교 역사 선생인 알리시아( 노르마 알레 안드로)는 성공한 남편 로베르토( 엑토르 알테리오), 예쁜 딸 가비(아날리아 카스트로)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폭등하는 물가와 실업으로 서민의 생활은 도탄에 빠져 있지만 알리시아의 가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어느 날 고교 동창회에 간 알리시아는 오랜 소꿉친구 이었던 아나( 춘추나 빌라파네)를 만난다.

웃고 떠들다 알리시아는 군대의 공격이후 7년 만에 나타난 아나가 2년 동안 보지 못한 동거남의 반정부 시위로 납치돼 고문과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아이들이 전리품으로 넘겨졌다는 말을 들을 때는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쳐들어와서 모든 걸 다 부쉈어. 차로 끌고 갔고 개머리판으로 때렸지. 시간 감각을 모두 잃었어. 내 안에서 뭐가 망가진 걸 느꼈지. 매달고 물통 속에 집어넣었어. 전기고문과 물고문이 시작됐지.울음 소리가 가득 했는데 그 소리가 내 소리인지 다른 사람 소리 인지 모르겠어.임신한 여자의 아기를 빼앗았어. 사려는 사람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준거야."

알리시아는 불임으로 입양한 딸 가비도 희생자들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자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비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알려고 한다.

 

이후 알리시아의 삶은 일대전환을 맞는다. 보수적 사관에 빠졌던 그는 언론의 보도에 관심을 갖고 기록된 역사이외의 현실 의식을 반영한 학생의 리포트에 A학점을 주는 등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관객들은 알리시아가 가정을 깨고 남편과 불화를 겪지만 궁극적으로 진실의 편에 선다는 것을 눈치 챈다. 대통령 궁에서 내려다보이는 '5월 광장'에서 실종자 가족을 찾는 어머니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알리시아는 가비의 손녀일지도 모르는 할머니의 시위 광경을 목격한다.

할머니는 실종된 딸과 사위의 사진 그리고 가비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 알리시아는 가비가 할머니의 친손자라는 확신에 몸서리친다.

겨우 5살에 생모를 잃은 가비는 또 한 번 엄마를 잃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로베르토는 알리시아의 이런 행동을 미친 짓으로 몰아 부치고 급기야 그녀를 심하게 때린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알리시아는 문을 닫고 로베르토를 떠난다. 알리시아는 모든 것을 잃고 진실을 얻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관객들은 헷갈린다. 가비를 위해서 혹은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알리시아의 진실 파헤치기가 꼭 필요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은 이 영화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의문의 제기보다는 사실 그 자체에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알리시아와 로베르토의 막판 공방은 이 영화의 핵심장면이다.

"역사의 이해는 그 때를 이해하는 것이다. 기억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다. 역사는 기억이다. 그것이 우리가 배우는 것이다." 라는 말을 실천한 알리시아의 행동에 비난과 찬사를 보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감독은 알리시아를 통해 진실의 힘을 로베르토를 통해 군사정부의 폭력과 왜곡과 은폐를 가비를 통해서는 희생자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 영화는 남미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상을 수상했다.

간혹 느슨한 흐름이 눈에 띄지만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숨 막히는 전개에 그런 허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은 아쉬움이 크다.

국가: 아르헨티나

감독: 루이스 푸엔조

출연: 노르마 알레 안드로, 엑토르 알테리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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