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5-07-18 00:01 (금)
아래를 보면 큰 고을의 영주가 된 기분이다
상태바
아래를 보면 큰 고을의 영주가 된 기분이다
  • 의약뉴스
  • 승인 2013.09.16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은 곳에 오르면 아래가 보인다. 보이는 것은 집이고 나는 큰 고을의 영주가 된 기분이었다.

집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옛것을 찾아 위로 자꾸 올라왔다.

담장을 허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벌어진 문틈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다음은 공광규 시인의 '담장을 허물다' 일부이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눈이 시원해졌다//우선 텃밭 육백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텃밭 아래 사는 백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느티나무가 그늘 수십평과 까치집 세채를 가지고 들어왔다/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들어오고/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에서 듣던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