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광주리를 인 어머니가 채반 가득 새참을 내오는 모습이 보일까요. 아니면 한 때 사랑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그이의 뒷모습이 보일까요. 가뿐 숨을 쉬며 오늘도 길을 묻는 나그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채풍묵 시인의 '새김, 화살표'라는 시입니다. )
새김, 화살표/ 채풍묵
섬을 도는 올레길에는
머리에 광주리를 인 어머니가 사라진
골목길 어귀, 어린 꿈을 그려놓은 그가 있고
2층 카페 창문으로 내려다 볼 때마다 그만큼씩
멀어지던 사랑의 뒷모습을 가리키는 그가 있고
항구를 돌아 나온 언덕길에서
여전히 길을 묻는 그가 가쁜 숨을 쉬는데
먼 바다 빛깔 돌담에 기대어서
한없이 기다리는 그가 비바람을 견디는데
그가 이끄는 길을 걷고 돌아 와 나는
가슴에 화살표 하나를 새겨 넣었다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바다로 가는
푸른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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