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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바베트의 만찬(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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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바베트의 만찬(1987)
  • 의약뉴스
  • 승인 2013.09.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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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말씀'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한 사람은 세계 도처에 있다. 덴마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침침한 하늘, 몇 채의 회색빛 낮은 집 그리고 조용한 해변 마을에 종이 울리면 사람들이 말씀을 듣기 위해 목사관으로 모여든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은 초라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행복이 뭐 별거 있나요? 

마음이 평온하면 그게 행복이지요 하는 듯 조용한 미소를 띤다.

그 가운데 돋보이는 미모가 있으니 그 인물이 바로 가브리엘 액셀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원제: babett's feast) 의 주인공이거나 중요인물이 되겠다. 목사의 두 딸은 언제나 아버지의 좌우에 있으면서 복음을 전파하고 봉사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처녀들은 성장했고 외모는 눈부시다. 하지만 자매는 어떤 파티도 어떤 춤모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철저하게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  젊은이들은 자매를 보기 위해 교회에 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목사 아버지는 세속적인 사랑과 결혼은 가치 없는 허무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처녀들의 연애는 성공보다는 불발로 끝날 것임을 암시한다.

 

장교 로렌조( 잘 쿨르)는 주둔지에서 즐겁게 보내느라 많은 빚을 졌다. 할 수 없이 로렌조는 숙모 댁에서 3개월간 근신해야 한다. 그곳이 두 자매가 사는 마을이라는 것은 짐작했을 것이고 로렌조가 자매 중의 하나에 흠뻑 빠져 드는 것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예상했듯이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로렌조는 인생은 험난하고 무자비하며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도 있다는 알송달송한 말과 함께 작별인사를 한다. 그는 뒤가 아닌 앞만 보는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소피아 여왕을 모시는 아가씨와 결혼한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해변마을에서 두 자매는 회상에 잠긴다. 장교가 떠나고 1년 뒤에는 더 유명한 인물이 나타나는데 그는 파리의 오페라 가수( 장 필립 라퐁)로 스톡홀름에서 공연을 했을 정도로 명성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음악을 가르치면서 또 다른 자매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사랑 또한 불발로 끝난다. 교습만 잘 받으면 황제와 여왕이 노래를 듣는 대스타가 될 것이지만 다가서는 남자를 떠나보낸다.

내 영혼이 떨린다. 이리로 오라, 사랑으로 하나가 되자는 노래를 부르며 정말 이리로 끌고 오고 몸을 밀착시키자 남자를 터부시 하는 여자는 더 이상 참아 내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비가 억수로 오는데 한 여자가 자매의 집을 두드린다. 이제 늙은 자매는 떠났던 오페라 가수의 편지를 읽고 바베트( 스테판 오트랑)라는 여인과 같이 산다.

바베트는 음식을 하면서 프랑스 내전으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면서 점차 마을의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시간은 흘러 바베트가 자매를 위해 일한지 14년이 되고 목사의 100주년 탄생 기념일이 다가온다.

그 때 복권 당첨 소식이 바베트에게 전해지고 바베트는 기념일 음식을 자신이 정통 프랑스식으로 내겠다고 자매에게 요청한다.

조촐한 저녁식사와 후식으로 커피 정도만을 생각한 자매였지만 처음으로 진지하게 부탁하는 바베트의 제의를 거절할 수 없다. 1주일 휴가를 얻은 바베트는 조카의 도움으로 프랑스 요리를 직접 공수해 온다.

살아 있는 메추리와 커다란 거북, 얼음 덩어리, 고기, 과일 그리고 최고급 포도주가 만찬장에 오를 재료 들이다. 자매는 혹시 바베트의 만찬이 말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불길한 꿈까지 꾼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은 먹되 음식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하라는 다짐까지 받는다. 초대 손님은 중령에서 장군으로 승진한 로렌조를 포함해 모두 12명이고 이들은 둘러 앉아 코스 요리를 먹으며 점차 바베트의 음식에 빠져 든다.

프랑스 고급요리를 접해 본 장군은 프랑스 최고 요리라는 말로 극찬을 하고 떨떠름하던 마을 사람들도 점차 맛에 중독돼 간다. 최고급 프랑스산 와인이 곁들여 지자 분위기는 금세 화색이 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마을은 목사가 죽고 나서 서로 반목하거나 시기와 질투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혀에 감기는 달콤한 감촉을 음미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서로에게 용서하고 화해한다. 말을 하지 말자고 약속했지만 모두들 좋다고 한마디씩 하면서 목사님을 칭송한다.

만찬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다시 우물 주위에 모여 손을 잡고 신께 바치는 송가를 부른다. 가까이 내려온 하늘의 별들이 이들을 지켜본다.

파리에서 살 수 있는 넉넉한 돈을 단 한 번의 식사를 위해 모두 써버린 바베트는 이제 처음에 왔을 때처럼 무일뿐이다. 바베트는 말한다.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으며 자신이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고.

어딘지 공허하게만 느껴지던 말씀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최후의 만찬'으로 바베트의 만찬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면 성경은 잘 몰라도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국가: 덴마크
감독: 가브리엘 액셀
출연: 스테판 오트랑, 보딜 크예프, 브리기테 페더슈빌, 잘쿨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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