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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바람에 쓴 편지(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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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바람에 쓴 편지(1956)
  • 의약뉴스
  • 승인 2013.09.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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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에 김민기가 작곡한 ‘가을편지’의 1절 가사 내용이다. 하루 사이에 여름에서 가을로 바뀐 요즘 불현듯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마침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영화 제목도 ‘바람에 쓴 편지’ (원제: written on the wind)이니 잊혀진 여인이든 누구라도 좋으니 편지를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

각설하고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유전개발로 부자의 아들이 된 카일 해들리(로버트 스탁)에게는 친구 미치( 락 허드슨)가 있다.

카일은 공부도 못하고 알코올 중독에 성격도 괴팍하다. 반면 미치는 대학도 졸업하고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으며 의리가 있고 매사 신중하다.

두 사람은 한 눈에 봐도 서로 비교된다. 여기에 카일의 여동생 메릴리(도로시 말론)와 카일의 부인 루시( 로렌 바콜)가 등장한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 아닌가. ( 아마도 최근에 나오는 이런 류의 맬로 드라마나 신파조의 영화는 이 영화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재벌 아들의 망나니짓과 뒤치다꺼리를 하는 친구 말이다. 영화도 그렇게 흘러간다.

 

카일은 루시를 만나 개과선천한다. 1년간 술도 끊고 유전사업에도 신경을 쓰는 듯하다. 그러나 제 버릇 개주지 못하듯이 아내가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예전의 방탕한 생활로 돌아간다.

메릴리는 미치를 어린 시절 부터 사랑했으나 미치는 친구 동생 정도로만 여긴다. 메릴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아무 남자하고나 자는 막돼는 행동을 하고 미치는 친구 아내인 루시에게 마음이 끌린다.

'네 친구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격언을 잊고 호시탐탐 그녀를 노린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 석유의 나라 이란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아버지에게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게 바로 카일의 아내라고 실토하면서.

어느 날 카일은 아내로 부터 임신 사실을 듣는다.

그토록 바라던 임신이었건만 기쁨 대신 불같은 화를 내는 것은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미치의 아이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의사로 부터 자신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을 불능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오해는 후회처럼 항상 늦듯 두 사람은 형제처럼 지낸 오랜 친구 사이의 우정도 잊은 채 죽음을 향해 치닫는다. 몸싸움 와중에 권총 오발로 카일은 죽고 미치는 살인자로 법정에 선다.

결정적인 순간 메릴리는 미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다. 아버지를 죽인 악녀이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마음착한 처녀로 돌아간다. 석방된 미치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루시와 함께 카일의 집을 떠난다.

친구의 아내를 차지한 미치와 자신 때문에 죽은 남편을 버리고 미치의 품에 안긴 루시는 행복할까.

적어도 두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죽은 카일에게 작별 편지 정도는 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아버지 앞에서 카일을 주눅 들게 하고 동생이 무시하게 했으며 아내까지 훔쳐간 미치가 해야 할 최소한 반성이다.

그러나 영화는 끝날 때까지 편지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없다. 썼다면 바람에나 썼나. 바람에 쓴 편지는 그러니까 죽음을 예고하는 폭풍우와 함께 날아가 버린 것이다. 빼앗긴 행복은 바람에나 씌어진 것이다. 도로시 말론의 미모와 연기가 돋보인다.

국가: 미국

감독: 더글라스 서크

출연: 로버트 스탁, 도로시 말론, 락 허드슨, 로렌 바콜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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