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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크라잉 게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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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크라잉 게임(1992)
  • 의약뉴스
  • 승인 2013.09.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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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나서 어떤 장면이 제일 ‘죽이더냐’는 질문을 서로에게 하게 마련이다.

둘 이상 영화를 봤다면 말이다. 만약 닐 조단 감독의 ‘크라잉 게임’( 원제: the crying game)을 보고 서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치자. 그러면 대개는 여자의 벗은 몸이라는 대답을 할 것이고 나 역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맞장구 쳤을 것이다.

여자의 벗은 몸은 흔하고 흔하지만 여기서 여자의 몸은 여자가 아니고 남자다. 그 충격은, 반전을 뛰어넘는 놀라움이다. 누구도, 심지어 감독 자신도 깜박 속았을 여장남자의 성기 노출은 수많은 컷 중 단연 압권이다.

초반 영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금발의 여자 쥬드( 미란다 리차드슨) 에게 유혹당한 건장한 흑인 남성 조디 (포레스트 휘태커)는 아일랜드 독립 지하조직인 IRA에 납치된다.

조직은 영국군인 조디와 조직원의 석방을 내걸고 만약 성사되지 않을 경우 3일 후 처형한다는 사실을 알린다. 조디를 감시할 임무를 맡은 퍼커스(스티븐슨 레아)는 같이 있으면서 조디의 딱한 사정에 두건을 벗겨 주는 등 인정을 베풀고 서로 친근해 진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석방은 무산된다. 조직의 보스는 사살을 명령하고 퍼커스가 고민하는 사이 조디는 도망치다 마침 은신처를 급습하기 위해 돌진하던 영국군 차량에 치어 숨진다. 조직을 탈출한 퍼커스는 조디가 죽기 전에 준 애인 사진을 들고 그녀를 찾아간다.

미용사이며 술집 가수로 활동 중인 딜( 제이 데이비슨)과 퍼커스는 만남이 잦아지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마침내 사랑하므로 섹스하기 위해 딜의 옷을 벗기는 퍼커스의 눈앞에 그녀의 하체가 드러난다.

그 이후 상황은 앞서 말한대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엄청난 반전 앞에 퍼커스는 구토하는데 관객은 이제 둘의 관계는 끝났다, 그것도 완전히 끝난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은 그 이후에도 끝없이 만남을 이어가는데 그렇다고 해서 퍼커스가 게이인 딜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닌 것도 아니고 하여튼 요상하게 영화는 전반부와는 다른 후반부를 보여준다.

큰 얼개는 영국군과 IRA의 대결이지만 얼개를 구성하는 또다른 핵심은 처연하리 만치 아름다운 딜과 자신도 모르게 동성애에 빠져드는 퍼커스의 사랑 아닌 사랑일 것이다.

딜은 과거 연인인 휘태커를 유혹해 죽게 만든 쥬드를 권총으로 사살하고 퍼커스는 대신 감옥에 간다. 여기서 세간에 회자된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인간의 천성에 대한 언급도 이어진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스탠바이 유어 맨’의 노래도 영화와 잘 어울린다. (사족: 흑인 병사로 나오는 조디의 동성애 상황은 영화가 끝난 후도 누구도 눈치 채기 어렵다. 딜과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연상되지만 그가 동성애와 연관된 어떤 행동도 하는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남장 여자의 벗은 몸과 같은 반전과 비견될 만한 '숨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1992년 개봉됐다.)

국가: 미국

감독: 닐 조던

출연: 포레스트 휘태커, 제이 데이비슨, 스티븐슨 레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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