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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지 못해도 풍경소리 바람에 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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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지 못해도 풍경소리 바람에 오지요
  • 의약뉴스
  • 승인 2013.08.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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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사에서 듣는 '풍경소리'는 그만이지요.

산사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어느새 살랑이는 풍경소리 들리지요. 깨닫지 못하면 또 어떻습니까. 무엇을 꼭 느껴야만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냥 눈만 감으면 되지요. ( 다음은 최승호 님의 풍경소리 입니다.)

최승호 /풍경소리

누구는 펄럭이는 빨래를 보고
깨달았다는데
누구는 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고
깨달았다는데
누구는 비질을 하다가 깨달았다는데
누구는 ‘콧구멍 없는 소구나’라는
말에 깨달았다는데
누구는 발목이 부러지는 순간 깨달았다는데
누구는 코를 비틀자 깨달았다는데
누구는 오줌싸개 같은 놈이라는
욕에 깨달았다는데

나도 펄럭이는 빨래를 보았고
물에 비친 내 그림자를 보았고
비질도 해보았고
콧구멍 없는 소 얘기도 들었고
발바닥이 찢어졌었고
머리가 비틀렸었고
오줌싸개보다 더한 욕도 먹었는데
왜 깨달을 것도 없다는 것을
뼈에 사무치게 깨닫지 못하는지

풍경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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