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립스틱 짙게 바른 여인처럼 화사하니 화려한 호피무늬 외양의 호랑나비가 달려드는 군요. 꽃을 탓하겠습니까, 나비를 원망하겠습니까. 자연의 이치는 이런 것이지요. 물 흐르듯 아래로만 흘러갑니다.
처서도 지나고 백노가 코 앞이니 가을이 아니 오지 않겠지요.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다음은 이종수 시인의 참나리라는 시입니다.)
참나리/이종수
바람에 뒤집힌 물방울무늬 치마 사이로
미끈한 암술이 루주 바른 입술마냥
대롱거리는 나리꽃을 보면
장흥하고도 관산읍 내 별다방 차 양 생각이 난다
껑충하게 큰 키에 반반한 도시 처녀 같은 얼굴로
5일장에 모여든 읍내 사람들과
먼 바닷가 어부들 마음을 흔들어놓고
해안부대에 갓 부임한 장교들 속까지 애타게 하던,
몇몇은 얼굴에 멍이 들어 다니게 했던 그 차 양
지금은 어느 땅에 살눈으로 떨어져
한 번씩은 가 봤다는 달방,
짙은 화장품에 100와트 출력을 자랑한다는 카세트 놓인
그 뻔한 세간처럼 피었다
어느 땅 별다방, 쎄븐다방으로 전전하며 살눈으로 떨어졌을
참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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