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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집'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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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집'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 의약뉴스
  • 승인 2013.08.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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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꽃이 만개 했습니다.

해바라기 하면 '태양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고흐가 생각나지요.

잠깐이지만, 태양처럼 살다간 화가의 격정적인 인생이 그려집니다. 그래서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그냥 꽃이 아닌 '영혼의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철수 시인은 엄청나게 많은 해바라기를 심고 싶다고 시를 썼군요. 오늘( 12일)이 말복이고 처서가 멀지 않았으니 더위쯤이야 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해바라기집 / 오철수

詩를 써서, 만약에
돈을 벌게 되어 근교 어디쯤에 집을 사게 된다면
나는 마당에 뒤란에 담장 옆에
해바라기를 엄청나게 많이 심을 것이다 하여
이웃들이 해바라기집이라고 부르고
잠깐 다니러 온 이들도 우리집을 보며 해바라기집이라고 부르고
머리 희끗희끗한 내 처가 출퇴근하는 것을 보고는
논 건너 아랫마을 분이 '저기 해바라기집 안사람이야'라고 소개하고
아들도 해바라기집 아들로 불리고
친정 나들이하는 딸도 해바라기집 딸로 불리고
가끔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 외상 신세지는
동네구멍가게 장부에도 '해바라기'로 적히도록
해바라기를 많이 아주 많이 심을 것이다
마당이 온통 노란 날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내 집에 처음 오는 이들도 버스기사에게
상가집이라고 묻지 않고
해바라기집이 어디냐고 물을 수 있게

만약에 내가 詩를 써서 돈을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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