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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달걀 속에서 우리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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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달걀 속에서 우리는 꿈을 꿉니다
  • 의약뉴스
  • 승인 2013.07.2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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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알 입니다.
 
 
 
 
 
시장에 가니 달걀이 있더군요.

그냥 달걀이 아니라 짚으로 엮인 달걀입니다. 어릴적 보았던 바로 그 달걀이 생각났습니다. 마트에서 비닐 봉지에 혹은 프라스틱에 혹은 재활용 종이에 담긴 달걀이 아니었습니다. 

반갑더군요. 시간을 뛰어넘는 전통과의 만남은 이렇게 늘 신선하기 마련이지요.

모든 달걀은 마침내는 와삭와삭 깨져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꿈을 꿉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승희 시인의 달걀에 관한 시 입니다. 감상해 보시지요.)

달걀 속의 생 1/ 김승희

우리는 꿈꾸지,

삶을위하여

좀 더 강해졌으면하고,

보다 견고한 집을 짓고 싶고

더욱 안전한 껍질을 원하네,

마치 몰락이 없이

차갑게 버티고 있는

벽처럼

진짜로 강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철교처럼

결코 폭파될 수 없는

어떤 희망을 구하지,

전혀 희망이 없이

 

그리고 또한 우린 알고 있어,

우주에 내버려진

하나의 달걀

파도 같이

그대와 나는

어둠 속에 둥둥 떠 있는

버림받는 허술한 알(卵)이라는 것을,

수문이 열리면

제목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저녁 물결 속에 고요히 으깨지는

조그만 수포

그리고 꿈 같은 고통

 

하얀 달걀이 하나

뜨거운 물 속에서 펄펄 끓고 있네,

찐 달걀 속에선 어떤 부화의 깃도

돋아나질 않아 ,

무섭도록 고요한 침묵들의 비명,

(달걀 꾸러미 속에 얌전히 누워 있는 하얀 찐 계란들의 꽉찬 평화)

무섭게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서

성녀처럼 와들와들 해체되는

스크램블드 에그,

어떤 꿈도 그 고통을 구할순 없지

우주에 둥둥 떠돌고 있는 독방

처럼

헐벗고, 외로운,

달걀 속에서

우린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꾸리고 있네

뿌리가 없어 무엇보다도 뿌리가 없어 슬프지만

이름없는 운동

뒤에

하얀 결말,

 

모든 달걀은 와삭와삭 깨어져

무참히 와해되고 말지만

그 안에 방이 있어

방이 하나 있어

내 얼굴을 닮은 조그만 양초 하나가

고요히 빛을 뿌리며 타오르고 있지,

눈물과 함게

입술 연지로

환한 미소를 은은히 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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