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달걀이 아니라 짚으로 엮인 달걀입니다. 어릴적 보았던 바로 그 달걀이 생각났습니다. 마트에서 비닐 봉지에 혹은 프라스틱에 혹은 재활용 종이에 담긴 달걀이 아니었습니다.
반갑더군요. 시간을 뛰어넘는 전통과의 만남은 이렇게 늘 신선하기 마련이지요.
모든 달걀은 마침내는 와삭와삭 깨져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꿈을 꿉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승희 시인의 달걀에 관한 시 입니다. 감상해 보시지요.)
달걀 속의 생 1/ 김승희
우리는 꿈꾸지,
삶을위하여
좀 더 강해졌으면하고,
보다 견고한 집을 짓고 싶고
더욱 안전한 껍질을 원하네,
마치 몰락이 없이
차갑게 버티고 있는
벽처럼
진짜로 강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철교처럼
결코 폭파될 수 없는
어떤 희망을 구하지,
전혀 희망이 없이
그리고 또한 우린 알고 있어,
우주에 내버려진
하나의 달걀
파도 같이
그대와 나는
어둠 속에 둥둥 떠 있는
버림받는 허술한 알(卵)이라는 것을,
수문이 열리면
제목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저녁 물결 속에 고요히 으깨지는
조그만 수포
그리고 꿈 같은 고통
하얀 달걀이 하나
뜨거운 물 속에서 펄펄 끓고 있네,
찐 달걀 속에선 어떤 부화의 깃도
돋아나질 않아 ,
무섭도록 고요한 침묵들의 비명,
(달걀 꾸러미 속에 얌전히 누워 있는 하얀 찐 계란들의 꽉찬 평화)
무섭게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서
성녀처럼 와들와들 해체되는
스크램블드 에그,
어떤 꿈도 그 고통을 구할순 없지
우주에 둥둥 떠돌고 있는 독방
처럼
헐벗고, 외로운,
달걀 속에서
우린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꾸리고 있네
뿌리가 없어 무엇보다도 뿌리가 없어 슬프지만
이름없는 운동
뒤에
하얀 결말,
모든 달걀은 와삭와삭 깨어져
무참히 와해되고 말지만
그 안에 방이 있어
방이 하나 있어
내 얼굴을 닮은 조그만 양초 하나가
고요히 빛을 뿌리며 타오르고 있지,
눈물과 함게
입술 연지로
환한 미소를 은은히 뿌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