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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세브린느(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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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세브린느(1967)
  • 의약뉴스
  • 승인 2013.07.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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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막을 수 있으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갖고 있던 욕망을.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세브린느(원제: belle de jour )는 학습하지 않고도, 경험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한 여자의 본능에 관한 이야기다. 본능이기 때문에 이성의 힘으로 막을 수 없고 양심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 동한 망설일 수는 있지만 행동하지 않고 언제까지 뒤척일 수는 없는 것이다. 본능은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 의사 남편을 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세브린느( 카드리느 드뇌브)는 욕정이 강한 부인들이 으레 그러하듯 풀리지 않는 욕망 때문에 평온한 일상이 따분하다.

그렇다고 남편 피에르( 장 소렐)를 멀리하거나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간혹 냉정하게 대하기는 한다.)

어느 날 세브린느는 남편 친구 잇송(미셀 피콜리)으로 부터 파리의 유곽이야기를 듣는다. 몸 파는 여자의 삶에 흥미를 느낀 세브린느는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유곽으로 가는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과 주변을 둘러보는 여자의 표정은 비록 검은 안경 속에 감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다가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 그리고 정숙한 여자를 배신한다는 두려움과 섞여 불안하다.

오후 2시 부터 5시까지 낮 동안만 창녀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이처럼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조심스럽다. 하지만 고민은 여기까지다.

누구나 그렇듯 망설여지는 과정을 넘자 이제는 손님이 벗으라고 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먼저 낯선 남자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몸 파는 여자의 소질을 타고났다고나 할까. 부드럽고 신선하고 걸 스카웃 같은 청순함을 갖춘 세브린느를 손님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곳에서 여자는 창녀의 삶이 자신의 일상을 완벽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뭔가 활력을 가져다 주는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마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밖으로 나오는 세브린느의 발걸음이 첫눈을 밟는 것처럼 경쾌하다.

동료 창녀와 손님과의 섹스를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보기도 하고 칼을 숨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젊은 갱스터(피에르 클레멘터) 의 격정적 사랑에 온 몸이 녹아내리기도 한다. 이제 즐기면서 돈버는 생활에 익숙해진 그녀에게 잇송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여자는 잇송을 손님으로 대하려 하나 잇송은 밖으로 나간다. 여자는 말한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자발적 창녀에게도 부끄러움과 일말의 양심은 있다. 부뉴엘 감독은 여자의 이성과 본능의 문제를 세브린느를 통해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젊고 예쁜 금발 머리를 한 탄탄한 중산층의 아내가 허기진 구석을 섹스로 메꾸는 판타지, 페티시, 사디즘, 마조히즘 등이 영화의 기본 바탕이다.

가죽옷과 채찍과 상자 속에 든 똥파리가 먹이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듯한 욍욍거리는 소리를 내는 물건은 섹스를 위한 소품이다.

상자속의 물건을 세브린느는 거부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녀가 그것을 이용할지도 모른다. 암흑가의 거칠고 억센 손에 길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첫 부분과 마찬가지로 낙엽진 숲과 2륜 마차가 등장한다. 영화 처음에서 남편은 마부 두 명에게 아내를 강간 하도록 한다. 옷을 벗기고 채찍으로 때린다.

때로는 흰옷을 입은 아내를 밧줄로 정교하게 나무에 묶어놓고 진흙으로 만신창이를 만들기도 한다.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손님의 요구로 관속에서 죽은 듯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섹스를 하기도 한다.

영화는 창녀 세브린느와 변태적 손님과의 섹스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노골적인 장면이나 전면 누드는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등을 보이고 벗는 모습이나 침대에 걸터앉아 겨우 허리 아래가 살짝 보이는 정도다.  하지만 관객들은 보일 듯 말 듯 조금 감춘 듯한 이런 모습에서 섹스의 이면에 숨겨진 여인의 깊은 욕망을 읽는다.

친절하고 영리하고 엄하면서 때로는 따뜻한 포주( 즈네비에브 페이지)와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고 원하는 손님만 받으면서 욕망을 채우는 이런 여자의 생활을 부뉴엘 감독이 찬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밤에 피는 장미가 아닌 낮에만 피는 꽃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의 대사처럼 “ 필요한 것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국가: 프랑스/ 이탈리아

감독: 루이스 부뉴엘

출연: 카드리느 드뇌브,  장 소렐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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