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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와일드 번치(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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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와일드 번치(1969)
  • 의약뉴스
  • 승인 2013.07.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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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 샘 파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원제: the wild bunch)는 후반부가 화려한 영화다. 지루하게 (러닝타임 155분) 이어지던 영화는 마라톤 결승선을 향해 전력질주 한 후 그라운드에 엎어진 1등 선수처럼 장렬하다.

엄청난 화력에 수많은 사람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아군도 적군도 구별이 없다. 발사된 총에 맞으면 누구나 붉은 피를 흘리며 땅으로 고꾸라진다.

이 영화를 왜 만들었느냐고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다. 이 마지막 신만 보는 것만 해도 살이 떨리고 숨이 멎는다.

대개의 웨스턴이 그렇듯 와일드 번치도 악당의 무리들이 총질을 하고 돈을 훔쳐 도망을 가고 추격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1913년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어느 날 흙먼지를 날리며 거친 무리는 말을 타고 유유히 마을로 들어온다.

마을 한 구석에는 금주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옆으로 어린아이들이 작은 목책을 세우고 전갈 두 마리와 수백 마리 개미들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다.

 

미 육군 복장으로 위장한 두목 파이크 (월리엄 홀덴)와 더치( 어니스트 보그나인)는 털기로 한 철도 사무소를 습격한다. 미리 정보를 입수한 옥상의 저격수들과 한바탕 총격전은 피할 수 없다.

마침 시위대가 마을을 지나자 주민들은 양쪽에서 쏘아대는 총탄에 쓰러지고 악당들은 돈을 챙겨 마을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불을 질러 전갈과 개미들을 죽인다. 그들이 떠난 마을에는 시체더미가 즐비하다.

높은 곳에 올라와 한 숨 돌린 악당들은 전리품을 보면서 흐뭇하다. 하지만 자루에 든 것은 황금대신 구멍 뚫린 쇳조각이다. 속았다. 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이 추격대는 손튼( 로버트 라이언)을 대장으로 삼고 뒤를 쫒고 있다.

한 때 파이크의 동료로 활동했던 라이언은 30일 만에 체포하지 못하면 다시 감옥으로 가야 하는 신세이기 때문에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필사적으로 따라온다. 악당들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무기를 싣은 기차를 공격하고 다리를 폭파하는 등 눈요깃거리를 계속 제공한다.

이런 가운데 파이크 일당은 멕시코 반군에게 잡힌 동료 엔젤 때문에 고심한다. 엔젤은 그 곳 총독의 차 (그들은 차를 처음 본다)에 매달려 다니면서 반죽음 상태다.

파이크 일당은 어린 아이를 옆에 두고 손님을 받는 창녀와 놀아난다. 젊고 예쁜 여자와 한바탕 욕정을 뿌렸으니 이제 죽을 준비는 됐다. ( 큰 일을 하기 전에 대개 남자들은 여자를 찾는다.)

장총을 양손으로 잡고 네 명의 사내들이 창녀촌을 떠나 횡대로 마을로 걸어 들어오는 장면은 그들이 곧 이어 벌어질 전투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개 예감은 들어맞듯이 이들은 수 백 명의 반군 일당과 제대로 한 판 붙는다. 총독이 엔젤을 돌려주지 않고 목을 베자 분노는 폭발한다. 초반부의 강력한 전투신은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한 리허설에 불과했다.

난사된 기관총에 맞은 사람들은 분수처럼 피를 뿌리고 수류탄에 맞아 팔다리가 잘리면서 허공에 나뒹군다. 유혈이 낭자한 살육전이 볼 만하다.

총에 맞는 순간 구멍이 뚫리고 뚫린 구멍에서 피가 덩어리로 뿜어져 나올 때면 아, 하고 작은 탄성을 지를 만하다.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듯이 피가 물대신 울컥 울컥 쏟아져 나온다. 빠른 총알, 느린 분출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시작이 있으면 마지막이 있게 마련이다. 집단 살육전이 끝났다. 뒤 따라온 라이언은 패거리와 합류한다. 그가 설 곳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쫒는 자가 선이 아니고 쫒기는 자가 선이 아닌 이상 그가 합류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주름살 가득한 늙은이들이 벌이는 잔혹한 살육전은 샘 파킨파가 왜 ‘폭력계의 피카소’로 불리는지 증명해 준다. 아마도 감독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 자신도 무리의 일원이라고 느끼면서 환희를 느꼈을지 모른다.

이 영화는 이후 모든 폭력영화의 아이콘이 됐다. 영웅본색(1986)의 오우삼 감독과 킬 빌(2003)의 쿠엔틴 타난티노 감독도 샘 파킨파에 빚을 졌다고 볼 수 있다.

비열한 거리(1973)를 만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좋아한다는 ‘베를린’(2012)의 류승완 감독은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너무나 잔혹해 한동안 8분가량의 장면이 삭제된 채 상영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국가: 미국

감독: 샘 파킨파

출연; 월리엄 홀덴, 로버트 라이언, 어니스트 보그나인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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