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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마부(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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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마부(1961)
  • 의약뉴스
  • 승인 2013.06.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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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외국 관광객을 태운 4륜 마차와 마부를 보는 순간 아주 오래전에 봤던 강대진 감독의 '마부'(원제: 馬夫)가 떠올랐다.

정해진 곳에서 일정한 장소만 도는 세련된 옷차림의 마부와 허름한 차림새에 손님이 원하면 어디든 가는 영화 속 마부 춘삼(김승호)의 모습이 겹쳐졌다. 영화의 마부 손놀림과 고삐를 쥔 사륜마차의 마부를 번갈아 보면서 50년 전 서울의 풍경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인공 춘삼은 애가 넷이나 딸린 홀아비다.

큰아들(신영균)은 번번이 낙방하는 고시생이고 둘째아들은 도둑질에 싸움꾼이다. 시집간 큰 딸(조미령)은 말 못하는 벙어리로 남편에게 얻어터지고 친정으로 쫓겨 오기 일쑤다.

 

둘째딸 옥희( 엄앵란)는 겉멋이 들어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사기꾼 남자를 쫒아 다니다 보기 좋게 바람을 맞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하층민들의 삶은 이렇듯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거기다 수입은 나날이 줄어들고 거액의 빚 독촉에 시달리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욕이다. 그래도 춘삼은 묵묵히 일을 한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춘삼이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큰아들에 대한 기대와 수원댁 식모(황정순)와 정분 때문이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막걸리 한잔에 넉넉한 웃음을 지으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자기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럭저럭 시간은 지나가는데 매타작에 또 친정으로 피신한 큰 딸은 춘삼의 심한 구박에 한강에 나가 투신자살을 한다. 춘삼은 대성통곡하고 수원댁은 그런 춘삼의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한다.

어느 날 춘삼은 마차를 몰고 가다 사장 집 차와 부딪쳐 차를 찌그러트린다. 화가 난 사장은 마부를 해고 하고 말까지 압수하는데 춘삼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다리까지 다쳐 일도 나가지 못하는데 둘째 딸은 공장에 취직해 살림에 보태기는 커녕 사내와 놀아나는데 정신이 팔려 있고 싸움꾼 아들은 경찰에 잡혀온다.

마음이 착하고 심지가 굳은 큰아들은 책상 앞에 ‘高試突破’ ‘必勝’ 등의 구호를 붙여 놓고 주경야독하지만 이번에도 낙방한다.

온통 절망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절망이 곧 희망으로 바뀌리라는 것을 짐작한다. 춘삼과 수원댁은 더 친밀해 진다. 두 사람은 같이 영화도 보고 영화가 끝나면 설렁탕도 먹고 눈짓으로 미래를 약속한다.

큰아들은 아버지 대신 마부역을 하겠다고 나선다. 아버지는 말린다. 미친 소리 말고 고시공부나 하라고.

식모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사장의 말을 사 춘삼에게 준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개천에서 용이 나듯 고등고시에 합격한 큰아들은 발표장에 온 식모를 어머니로 모신다. 싸움꾼 아들은 마음을 잡고 옥희는 제화공장에 취직을 한다. 해피 앤딩이다.

연탄공장 산부인과 세탁소 생명수 건위소화제 동아제약 이발소 복덕방 등의 거리간판 등이 그 시대상을 보여준다. 한글과 한자가 섞여 있어 재미 있으면서도 낡고 허름해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마부는 한국 영화를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한국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제 11회 베를린 영화제 특별심사 은곰상을 수상해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춘삼의 연기력이 좋고 그가 내뱉는 풍자와 해학의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오늘 날 개봉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작품성이 있다.

국가: 한국

감독: 강대진

출연: 김승호, 황정순,신영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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