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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78. 양들의 침묵(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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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양들의 침묵(1991)
  • 의약뉴스
  • 승인 2013.06.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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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한 남자.

무스를 바른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어깨를 펴고 꼿꼿하게 서 있다. 시선을 고정하고 어느 한 곳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로봇 같기도 하고 잘 만든 밀랍인형 같기도 하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눈이 잔잔한 웃음을 머금을 때면 마치 식장에서 예쁜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처럼 여유와 행복이 가득하다. (심지어 우아하기 까지 하다.)

철창 속에서 수인번호가 찍힌 푸른 수의만 입고 있지 않다면 한니발 렉터( 앤서니 홉킨스)는 신부를 기다리는 새신랑과 다를 것이 없다.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조신한 걸음으로 사뿐사뿐 앞으로 내딛는 걸음걸이가 꼭 친정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랑을 향해 행진해 가는 모습과 닮았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원제: the silence of lames)은 포스터를 기다리는 홉킨스와 그를 만나러 가는 포스터의 조신한 몸짓으로부터 분위기를 잡는다.

 
하지만 잠시 웃음을 보이던 홉킨스는 곧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식인을 하는 연속 살인범이고 FBI 요원인 포스터는 전직 정신과 의사인 그를 통해 또 다른 연쇄 살인범 버팔로 빌(테드 레빈)을 잡으려 한다.

홉킨스는 첫눈에 포스터에게 호감을 보이고 포스터 역시 다른 심문자처럼 그를 살아 있는 연구자료로는 대단히 희귀한 미치광이 괴물로 대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갑의 위치에서 홉킨스를 조롱하고 학대할 수 있지만 포스터는 끝내 그를 한 인간으로 이해하려고 애쓴다.)

포스터는 어느 향수를 쓰고 어떤 화장품을 바르고 어느 지역 출신이고 자라온 가정환경은 어땠는지를 짧은 대화를 통해 알아내는 홉킨스의 천재성을 부러워하지도 질투하지도 않는다.

홉킨스 역시 간호사나 인구조사원의 간을 술안주로 먹는 것처럼 포스터를 먹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대신 사건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두 사람은 거듭된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영화는 점차 공포 속으로 빨려든다.

홉킨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를 잃고 겨우 10살에 양을 키우는 먼 친척의 집에서 지내다 탈출해 고아가 된 포스터에 동병상린의 정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갖는다.

포스터 역시 홉킨스의 살인과 식인이 그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모순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프로는 프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버팔로 빌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상원의원의 딸은 행방불명이 된다.

포스터는 피해자의 입안에서 애벌레를 발견하고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덩치가 큰 백인 여자들이라는데 주목한다. (빌은 풍만한 여자들을 납치해 며칠 굶겨 홀쭉하게 한 다음 피부를 벗겨 바느질용으로 사용한다.)

관객들은 포스터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짝 긴장하지만 결코 홉킨스가 포스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홉킨스가 8년째 갇힌 감옥을 탈출해 그가 꿈꾸는 야자수가 늘어진 푸른 바다에서 유유자적 하기를 원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것은 포스터를 사랑하는 홉킨스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홉킨스는 면회를 온 포스터에게 수음의 결과물을 철창 밖으로 집어던져 포스터의 오른쪽 눈에 정확히 맞힌 옆방의 잡범을 죽게 만든다. 또 탈출 과정에서 포스터의 손가락을 쓸어내리는데도 성공한다. 이때만큼은 간호사의 혀를 먹을 때와는 달리 맥박이 85를 크게 넘었을 것이다. 윙크를 하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보고서를 넘기면서 포스터를 보는 홉킨스의 얼굴은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양들의 침묵은 아주 희귀하게 ‘작품 감독 각본 여우주연 남우주연’ 등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상을 수상했다. 한니발과 스털링의 캐릭터는 영화 역사상 매우 중요하게 각인됐고 연쇄 살인범 빌을 연기한 테드 레빈은 이 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가: 미국

감독: 조나단 드미

출연: 조디 포스터, 한니발 렉터, 테드 레빈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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