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윤리학회의 유상호 교수가 의료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는 21일 오후 이대목동병원에서 열린 ‘제2차 지도전문의 교육’에서 “의료 시술은 기본적으로 환자에게 악행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수술할 때 칼을 들이댄다”라며 “하지만 누군가가 수술실에 들어와 의사를 기절시키고 환자를 칼로 찌른다면 위해 행위로 바뀐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의사가 칼로 찌르는 건 상처를 주기 위한 게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유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술은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의료 윤리에서 중요한 네 가지 원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율성 존중의 원칙과 악행금지의 원칙, 그리고 선행의 원칙과 정의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선행의 원칙과 악행금지의 원칙은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해야되는 시술인데 환자가 거부하거나,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 보호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아주 흔한’ 충돌이다.
하지만 유 교수는 실질적으로 이런 충돌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와 의사는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관계이고 둘의 뜻이 그리 부딪히는 일이 많은 것 같진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4원칙 중 정의의 원칙은 연구 윤리에서 이슈가 되곤 한다. 최근 한국의 한 제약회사가 한 번에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는데, 알고보니 베트남에서 개발됐고 그 과정 중 아이 둘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베트남 내에서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고 식약청도 이를 조사하고 있다. 유 교수는 “하지만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백신은 불행하게도 후진국을 거쳐 개발된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의료윤리가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는 “평소 COPD를 앓던 분이 있었는데 폐렴 수술을 열심히 해오다 갑자기 의식이 떨어졌다”고 사례를 들었다.
의식을 잃어 환자 가족에 연락하니 ICU로 옮기는 건 절대 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의사들이 볼 땐 심한 상태도 아니고 회생이 가능해 보였다.
선택지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발생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판단 내용들은 인공호흡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소견은 무엇인지, 하려는 치료가 무엇인지, 의식이 없는 환자의 의사 결정을 누가 할 수 있을지 등이다.
최근 김세연 의원이 마련한 법안에는 이럴 경우 의사결정을 법정 대리인이 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그건 보통 말하는 ‘보호자’와는 약간 다르다.
유 교수는 “법적 대리인이 되기 위해서는 법적 공증을 받아야한다”라며 “결국 이렇게 되면 개인 결정이 어렵게 된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에 생각을 미리 해두고 일일이 공증을 받아놔야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한국의학교육학회 한재진 이사는 한국의 지도전문의로서 첫 발걸음을 하는 의료인들에게 많은 변화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제 여러분이 1기를 시작하고 있고 다른 선진국을 보면 시스템이 계속 바뀌면서도 여지껏 잘해오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배우는 전공의 교육 및 평가 방법에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