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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12:11 (금)
77. 욕망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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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욕망 (1966)
  • 의약뉴스
  • 승인 2013.06.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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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얻기 위해 벌이는 여성들의 넘치는 의욕은 때로는 몸을 상품화기도 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패션모델들의 노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잘 나가는 사진작가에게 무시와 모욕을 당해도 꿋꿋이 참아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때로는 젊음을 무기로 무작정 찾아와 육탄공세를 벌이기도 한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욕망(원제: biow-up)은 허전한 무엇을 채우거나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탐하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그 욕망은 돈이나 섹스 또는 명예등 세속적인 것이 아닐수도 있으며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것일 수 있다. )

유명한 사진가 토마스(데이비드 허밍스)는 모델들을 거칠게 다루지만 여성들은 별 불평 없이 참아낸다.

눕히고 세우고 앉히고 자유자재의 포즈를 원해도 순순히 따른다. 면박은 기본이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로 세워놓고 벌을 주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누운 여자를 희롱하기도 하는데 이쯤 되면 가히 학대라고 할 만하다.

 

제 발로 찾아온 두 명의 젊은 여자와는 육체의 향연을 벌이고도 사진을 찍어 주지도 않고 내일 오라고 내쫒는다. 너희들이 나를 피곤하게 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런 무매너에도 사진에 대한 집착과 열정은 대단하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집중한다.

토마스는 패션모델 사진과 하류인생에 대한 다큐 사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새로 낼 사진책의 대부분이 거친 것이어서 마지막에 쓸 사진은 고요하고 좀 점잖은 것으로 정하기 위해 공원을 찾는다.

손을 맞잡고 다정해 보이는 남녀가 있다. 불륜의 의심이 대개 그렇듯 여자는 젊고 남자는 늙었다. 양손을 맞잡고 허리를 뒤로 펴거나 키스를 하는 등 사진찍기에 좋은 포즈를 취한다.

필름을 돌리고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찰칵, 찰칵 열심히도 찍는다. 적막하지만 나뭇잎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이는 공원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찮다.

젊은 여자는 토마스에게 다가와 사진을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 토마스는 습관처럼 거칠게 응수한다.

“나는 사진사다 . 이게 내 직업이다. 보통 여자들은 돈을 주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여자는 돈을 주겠다고 제의한다. 하지만 토마스는 "나는 비싸다, 내가 가지고 싶은 사진을 가진다"며 여자의 제의를 거절한다. 여자는 운다. 분에 못 이겨 사진기를 뺏으러 달려드나 헛수고다. 토마스는 달려드는 여자 모습도 찍는다. ( 지금 상황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집으로 돌아온 토마스는 사진을 현상한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이때쯤 여자는 토마스를 찾아와 필름을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스스로 옷을 벗는다. 토마스는 진짜 대신 다른 필름을 준다.

막 하려는 상황에서 초인종이 울리고 골동품 가게에서 산 프로펠러가 배달 온다. 흥이 깨졌다. 여자는 옷을 입고 토마스는 전화번호를 요구하는데 여자도 보통내기가 아니어서 가짜 전화번호다.

여자는 가고 토마스는 암실에서 몸을 주고서라도 얻으려고 하는 필름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현상을 한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남녀의 사진 뒤로 권총을 든 남자의 모습과 시체인 듯 한 모습이 흐릿하다. 확대경으로 자세히 보고 더 크게 확대해서 살핀다. 미심쩍은 토마스는 사건 현장에 직접가서 남자의 시체를 확인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음날 가보니 시체는 감쪽같이 없고 사라졌다.

스릴러나 서스펜스와 같은 극적 요소들이 가미 됐으나 미스테리와는 거리가 멀다. 사건이 말끔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장면은 첫 화면에 등장했던 분장한 남녀들이 공과 라켓도 없이 테니스를 치는 것으로 끝난다.

모호한 영화다. 실체가 잡힐듯하지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실체나 결론이 없고 사건이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은 사건의 발생이나 해결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사진을 찍을 때는 집념이 대단하지만 끝나고 나서는 삶의 목표가 없는 사람이 그러하듯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컨버터블을 몰고 골동품 가게를 가고 락 클럽 등 여기저기 를 쏘아 다닌다. ( 자신의 일을 찾았을 때 비로서 권태와 냉소에서 벗어난다.)

토마스의 연기도 연기도 연기지만 흰색 바지와 곤색 상의, 무늬셔츠가 배역과 잘 어울린다.

(헤어 스타일은 당시 최고의 팝스타였던 '비틀즈'의 머리 모양을 따랐다. 개봉초기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 이는 두 명의 여자들과 벌이는 난교 비슷한 장면에서 헤어누드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체모노출은 개방적인 서구사회에서도 일종의 충격이었다.)

국가: 영국/이탈리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데이비드 허밍스, 바네사 네그브레이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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