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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붉은 수수밭(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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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붉은 수수밭(1987)
  • 의약뉴스
  • 승인 2013.06.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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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장예모 감독이 있다. 배우 공리도 있다."

중국인들에게 이들의 이름은 자존심 그 자체다. 장예모 감독이 ‘붉은 수수밭’(원제: 红高梁 Red Sorghum )을 들고 나왔을 때 세계 영화는 아시아 그것도 중국에 시선을 집중했다.

허리우드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2% 부족한 그 무엇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비로소 채워지지 않은 허전한 실체를 붉은 수수밭에서 찾았다. 그것은 한마디로 인생이다. 붉은 수수밭에는 태어나서 살다 죽는 한 인간의 일생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아버지가 돈이 없어 가난한 추알(공리)은 돈 때문에 문둥병이 있는 50이 넘은 양조장 리씨에게 팔려간다. 겨우 18살이다. 신부를 태운 가마꾼들은 밑바닥 인생이 흔히 그렇듯이 건강하고 거칠지만 순진하고 흥을 안다. 노래를 부르고 신이 나서 신부를 골린다.

밖은 살을 태우는 강한 태양이 이글거리고 사내들의 등판은 굵은 땀방울이 번들거린다. 호기심 많은 신부는 천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는 꾼들의 생동감에 살짝 홍조를 붉히고 간혹 입을 벌리고 흰 치아를 보이면서 입술을 깨물고 눈을 크게 뜨는 등 이제 막 색(色)의 세계로 진입하는 숫처녀의 표정을 다 보여준다.

여럿이 모이면 돋보이는 누군가가 있듯이 꾼들 사이에도 대장 가마꾼이 있으니 그가 유이찬아오(강문)다. 기회를 틈타 슬쩍 신부의 발을 잡기도 하고 수시로 눈을 맞추고 슬금슬금 훔쳐본다. 이 둘 사이에서 사단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술도가에 팔려간 신부는 3일 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서고 길목에서 기회를 노리던 가마꾼은 공리를 들쳐 메고 붉은 수수밭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납치였고 겁탈시도였고 나중에는 화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끈적끈적한 사태를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은 다 보았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 수수밭은 그야말로 붉은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사랑도 그만큼 뜨거울 수밖에 없다. 

태양이 뜨거우니 살인이 일어나기 딱 좋은 날씨다.

신부가 신행에서 돌아오자 누구 짓인지는 모르지만 누구 짓인지는 짐작할 수 있는 살인이 일어난다. 리씨는 죽고 공리는 오래되고 충실한 하인 라호안(등어준)의 도움으로 술도가 안주인으로 당당하게 변모한다.

이 때 가마꾼이 만취한 상태로 나타나 "그녀를 눕히고 내가 기쁘게 해주었다" 며 그 날 붉은 수수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꾼들 앞에서 떠벌인다. 창피한 공리는 가마꾼을 걷어 찬다.

 

양조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어느 날 산적(계춘화)은 공리를 납치해 돈을 요구하고 라호안은 대금을 마련해 공리를 데려온다.

이 때 정신을 차린 가마꾼이 다시 나타나 고량주에 오줌을 누고 이제 술은 내가 빚는다고 선포하고 공리를 수수밭에서 했던 것처럼 거꾸로 메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날 라호안을 술도가를 떠난다.

어느 덧 9년의 세월의 흐르고 공리는 해마다 한명씩 9명의 아들을 낳고 행복한데 그해 일본군이 침략한다.

잔인한 일본군을 군용도로를 내기 위해 붉은 수수밭을 뭉개고 일본군에 저항하다 잡힌 항일 게릴라 라호한과 산적의 피부를 소가죽 벗기듯이 산채로 포를 뜬다.

이 모습을 지켜본 공리는 분에 못 이겨 꾼들을 모아놓고 사발에 한 가득 붉은 고량주를 따라 원 샷 한 후 "너희들이 사내자식이라면 이것을 먹고 라호안의 원수를 갚아라"고 소리친다.

사내들은 한낮에 모여 폭탄을 만들고 일본군 트럭이 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고 배가 고프고 고픈 배 때문에 공리가 먹을거리를 갖고 가다 기관총 세례를 받고 붉은 피를 흘리며 고꾸라진다.

일본군의 공격에 모두 죽고 살아난 아들은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후세에 전한다.

장예모 감독은 이 작품 외에도 국두(1990) 홍등(1991) 귀주이야기(1992) 인생(1994) 등의 걸작을 쉴 새 없이 내 놓았다. 1999년에는 신인 장쯔이를 주인공으로 '집으로 가는길’을 만들어 공리에 버금가는 유명배우로 키웠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장 감독은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서울시장의 요청을 받고 수락했으나 아직 영화 촬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편 중국 소설가 모엔은 1987년 출간된 이 작품의 원작인 '홍까오량 가족'으로 중국인 최초로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국가: 중국

감독: 장예모

출연: 공리, 강문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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