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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전함포템킨(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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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전함포템킨(1925)
  • 의약뉴스
  • 승인 2013.06.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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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 좋은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에이젠 슈타인의 전함포템킨(원제: The Battleship potemkin)을 보고 나면 할 말을 잃는다.(사실 이 영화는 말이 없다. 무성영화다.) 사람들은 전함포템킨을 두고 모든 영화는 이 영화에 빚을 졌다고 평한다.

나온 지 100년이 다 된 빛바랜 무성영화를 영화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영화의 교과서'라는 말은 더 이상 찬사가 아니다. 이 영화는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 2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 졌다.(의도를 갖고 만들었다는 말이다.)

방파제를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의 포말은 뭔가 숨길 수 없는 분위기가 막 분출하는 모양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함에 근무하는 러시아 수병들의 상황은 열악하다. 특히 먹는 것이 그렇다. 썪은 고기에 구더기가 들끓는다. 함정의 군의관은 이것들은 기생충이다. 그것은 질 좋은 고기로 소금에 씻어 먹으면 된다고 거들먹거린다. 수병들은 동요한다.

 
개도 안 먹는다. 러시아 포로인 일본군도 이 보다는 낫게 먹는다는 불만이 퍼진다. 불만은 눈빛으로 눈빛은 귓속말로 귓속말은 봉기로 이어진다. 함장이 나선다.

함상에 모인 수병들에게 함장은 국이 좋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명령한다. 장교들과 수병 몇 명이 앞으로 나온다. 나머지는 요지부동이다. 함장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나오지 않는 놈들은 돛대에 매달아 버린다고 고함을 지른다.

실제로 돛대에 말려진 수병들이 총살의 위기에 직면한다. 하지만 때가 온 것을 직감한 수병들은 형제들이여 누구에게 총을 쏘려 하는가! 외치면서 사격 명령을 거부하고 함정을 장악한다.

이 와중에 봉기에 앞장선 주도자는 장교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함정의 반란은 오데사 항구 주민들에게도 알려진다.

밤바다에 가득한 안개를 뚫고 전함은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주민들은 하 나 둘 모여 수병들을 응원한다. 국 한 그릇 때문에 죽은 시체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진다. 조문은 분노로 분노는 봉기로 봉기는 혁명을 향해 노도와 같은 불길로 치솟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모으고 이 땅은 우리 것이다, 미래는 우리 것이다라고 외치며 계단으로 모여든다.  작은 배를 몰고 함정으로 합류한다. 이 때 짜르의 코사르 군대가 착검을 하고 일렬로 다가선다. 잘 조직된 군대는 총을 겨누고 조준사격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붉은 피를 흘린다.

아이도 총을 맞고 낙엽처럼 쓰러지고 쓰러진 손을 밟고 몸을 밟고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아래로 아래로 내달린다. 분노한 어미는 총을 쏘지 말라고 외치는데 그 어미의 심장에도 총알이 박힌다.

유모차를 미는 어미도 총에 맞아 고꾸라지고 위태롭던 유모차는 숨진 어미를 지탱하지 못하고 나홀로 계단을 타고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기병대까지 나타나 쓰러진 자들을 확인사살하고 가차 없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데 시위대는 순식간에 제압당한다.

전함의 수병들은 대학살에 절규한다. 짜르의 본거지인 오데사 극장을 격파하는 것으로 보복을 감행한다. 오데사 주민들은 해방군을 기다린다. 전함이 상륙하면 군대가 합세할 것이지만 전함은 해군 때문에 상륙하지 못하는데 또다른 흑해 함대가 포템킨을 향해 다가온다.

비상이 걸렸다. 포탄을 점검하고 일전불사를 외친다. 수병들의 상기된 얼굴과 좁은 함정 안에서의 빠른 움직임이 긴장의 도를 더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함정은 적함이 아니다. 수병들은 모자를 바다로 던지며 환호한다.

영화를 사랑하든 안하든 이 영화는 보는 것이 좋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는 하지만 혁명의 실패라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구조와 상징과 몽타주와 시퀀스가 정교하고 장엄하다.

‘혁명’ 이라는 정치적 의도에 의해 만들어 졌다 해도 억압을 딛고 자유를 향해 싸우는 장면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깨우고 있다.(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국가에서 오랫동안 상영이 금지됐다.)

빈 국그릇이 흔들릴 때마다 고개를 따라 흔드는 장교의 몸짓과 계단의 학살 장면, 죽은 사자의 석상이 살아 일어나서 포효하는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

국가: 러시아
감독: 세르게이 에이젠 슈타인
출연: 알렉산드르 안토노프, 블라드미르 바르스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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