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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약산업 혁신을 위한 마스터플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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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약산업 혁신을 위한 마스터플랜 (3)
  • 의약뉴스
  • 승인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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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대내적인 이유, 곧 제약산업 발전 저해의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나 국회의 정책 마인드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3년 6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전문위원 이한규)는 제약협회 김정수 회장이 김홍신 의원 소개로 제출한 ‘제약산업육성에 관한 청원’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김 회장의 청원은 국내제약산업의 보호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약산업에 대한 연구-투자-신약 및 임상시험의 활성화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 또는 신약개발R&D세제특례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청원에서 제약협회는 국내의 외자기업(31개업소)의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으며, 다국적제약회사의 국내매출점유율 역시 2000년 23%, 2001년 28%, 2002년 36%나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곧 “의약분업이후 건강보험의 약제비 청구현황을 보면 연간 청구액 100억원 이상이 넘는 약품 30개 중 16개 제품이 외국계 제약업체의 약품으로 나타남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의 육성을 위한 특단의 지원없이는 국내 제약산업은 다국적 제약사에 밀려 그 기반이 붕괴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다.

검토보고에서 이 청원은 “외자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인한 국내 제약산업의 붕괴로 개별약품에 대한 국내 대체약품이 없어진다면 약값의 통제권한은 다국적 제약사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이로 인한 약가의 적정수준에서의 통제력 상실은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됐다.

제약협회는 따라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는데, 이는 ▲ 연구개발비의 세액공제율을 40%에서 80%로 조정(안 제10조)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을 7%에서 10%로 조정(안 제11조) ▲ 기술이전소득에 대한 소득세감면율을 50%에서 100%로 조정(안 제12조) 등 세가지 였다.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실은 이 청원에 대해 거부를 분명히 했다.

그 이유는 첫째, 정부는 신약연구개발사업에 있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것.

이는 ▲매년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계획을 수립하여 800여억원 예산 책정, ▲제약산업을 21세기 성장선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신약개발을 위한 160억원의 지원액을 계상, ▲산업자원부에서는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과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약 5개년간 186억원을 투입,, ▲과학기술부에서는 21세기프런티어사업, 국책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약 10년간 장기계획으로 1조 2,438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둘째, 제약산업은 지원하거나 규율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어 세제상 지원할 경우 그 지원대상이 모호하다는 것.

즉 제약산업의 범위와 대상을 약품개발에 국한할 것인 지 또는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 의료공학융합기술개발 및 바이오보건기술개발사업 등 주변 및 첨단 기술분야까지 확대할 것인 지 그 지원대상범위의 설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사한 법률로서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이 있으나 이는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본 청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근거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이 청원이 의도하고 있는 세제지원의 경우 현재 제약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분야의 연구ㆍ인력개발에 대해서는 연구준비, 시설투자, 연구비용지출 및 연구결과양도 등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조세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바, 2002년도 연구개발 조세지원 실적은 약 9,2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세지원을 제약산업에 한정하여 확대할 경우 업종간 형평성문제를 야기하고 특히 특정산업에 대한 우대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WTO 규정에도 위배되어 통상마찰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이념으로 조세감면축소를 통해 과세기반의 강화와 조세의 공평성의 두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정부의 의지와도 상충되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제약협회가 정부나 국회 등 ‘힘 있는’ 관련기관에 건의를 제출한 것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검토보고에서‘수용 불가론’을 펼치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정부는 신약연구개발사업에 있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제시한 ‘▲매년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계획을 수립하여 800여억원 예산 책정, ▲제약산업을 21세기 성장선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신약개발을 위한 160억원의 지원액을 계상하고 있다’는 부분.

검토보고가 제시한 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계획 예산은 총 804.5억원 인데, 이를 세분하면,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에 398.5억원, 신약개발 지원사업 160억원, 의료공학융합기술개발사업에 140억원, 바이오보건기술개발사업에 106억원이다.

곧 800억원을 운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제약산업에 지원되는 예산은 20%에 불과하고, 80%는 의료기술개발 같은 데에 투여되고 있다.

또한 ‘▲산업자원부에서는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과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약 5개년간 186억원을 투입, ▲과학기술부에서는 21세기프런티어사업, 국책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약 10년간 장기계획으로 1조 2,438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산업자원부의 투입 내용은 고효율항암제전달체기술개발 75억, 동물세포배양 기술개발 51억, 난치성질환유전자 치료제 개발 60억 등이다.

과학기술부의 투입 내용은 인간유전체기능사업 1,770억,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 1,417억, 세포응용연구사업 1,510억, 프로테오믹스이용 기술개발사업 1,181억, 바이오디스커버리 3,960억, 바이오챌린저 2,600억 등이다.

검토보고는 이를 합쳐 ‘신의약 개발 주요투자현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중에서 제약산업과 직접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자. 고효율항암제전달체기술개발(75억) 정도라고 할까?

제약업계는 정부의 지원정책과 이를 분석의지 없이 뭉쳐놓아 마치 제약기업들이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국회 재경위의 검토보고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약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것이고, WTO의 제소를 받아 마땅하며, 제약협회에서 국회 재경위에 청원을 올린 것 자체가 해프닝이다.

업계는 지원에 있어서의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 하고 있다. 벤처기업과 바이오산업이 과연 어떤 투자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새로 개발된 약품을 인체에 현실화 시키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기간과 임상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 한다. 바이오 벤처가 과연 투자한 금액을 효율적으로 되돌려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중론이다.

업계의 혹자는 정부가 '놀라운 기술'에 현혹돼 막대한 손실이 날 것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예견하기도 한다.

투자는 돈만 쓴다고 다 효율을 얻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산업적인 투자는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것이 부족하다면, 경험이나 개관적인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 검토보고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막대한 정부’의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거론하고도 “그러나 우리나라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가 겨우 3~4% 수준임에 반하여 일본은 10~15%, 미국이 20~25%임을 감안하여 현재의 지원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금형태의 지원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위에서 정부로부터 그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면서 정부의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알기 어렵다. 이는 제약기업이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데에서 발생한 것이다.

검토보고가 두 번째로 지적한 ‘제약산업은 지원하거나 규율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어 세제상 지원할 경우 그 지원대상이 모호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제약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다.

검토보고가 유사한 법이라고 밝힌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2000. 1. 12. 제정, 법률제6165호)은 천연물신약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정부는 신약연구개발촉진계획을 수립ㆍ시행하고, 국내외 천연물신약연구개발에 관한 정보를 수집ㆍ관리 및 보급하며, 천연물신약연구개발활동에 필요한 관련자재ㆍ기기 등의 수입에 대하여 조세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제약산업 전체의 발전에 관한 법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한 귀퉁이인 천연물신약법은 존재하는 것이다. 제약산업은 이런 이유로 항상 도외시 될 수밖에 없다.

미국, EU, 일본, 인도, 중국 등 앞선 나라들은 제각기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세제와 금융, 기술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이 국가들은 검토보고가 우려하고 있는 대로 “특정 산업에 대하여 세금을 큰 폭으로 감면하는 것은 과세원칙이나 타소득과의 과세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세수기반의 약화와 과세의 공평성 저해 및 통상마찰 소지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까?

물론 근본적으로는 청원 내용 자체가 무리가 있다. 외국의 세제 지원이나 국제적인 형황을 소상히 밝히고,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논했어야 한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니 세제 지원을 해달라’는 식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일 뿐, 세제 지원을 해야 할 당위성이나 논리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시책을 바꾸려면 위기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나 제약협회가 이제라도 ‘제약산업발전방안’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머리를 맞대고 앉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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