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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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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 의약뉴스
  • 승인 2013.05.0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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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본인지 정품인지 기억할 순 없지만 80년대 초반 나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Last tango in paris)를 비디오 테이프로 봤다. (보기전에 빌려준 누군가는 꼭 혼자서 문 잠그고 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것 같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그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영화를 본 것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바로 그 한 장면 때문이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노쇠하지 않은 거친 남자(말론 브란도)가 배를 깔고 엎드린 젊은 여자(마리아 슈나이더) 의 뒤에서 하는 장면이었는데 단순히 하기만 했다면 또렷한 영상으로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오른쪽 발끝으로 마요네스를 끌고 와서 그것을 손에 듬뿍 바르고서 하는 장면이 꽤나 충격적이었고 30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잊혀 지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 장면은 뇌리에 각인됐다.

그런데 영화를 또 한 번 자세히 보니 충격적인 장면은 쉴 새 없이 나왔다. 당시 20살이었던(브란도는 48살) 슈나이더의 정면 헤어누드는 물론 남자는 다 입고 있는데 여자는 웃통을 벗고 있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얼마나 장면이 노골적이었는지 감독의 나라 이탈리아에서조차 개봉 4일만에 상영금지는 물론 감독이 구속되고 여배우가 과다노출로 법정에 서는 등 떠들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서야 겨우 개봉 됐으니 영화의 파격은 상상이상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단지 예쁜 여배우가 벗거나 여러 죽이는 자세로 자주 하거나 자살이나 타살 등 죽음에 관한 영화였다면 한 때 소란으로 끝났을 터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 걸작의 이름으로 당당히 올라 있다. 단순히 하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온 지 오래됐고 논란도 많았으니 한다하는 평론가들은 다 한마디씩 했으니 내가 한마디 더하면 사족이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지 못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마디 덧붙이면 이런 내용이 되겠다.

아내가 자살하고 절망에 빠진 남자의 외로운 영혼에 관한 이야기거나 아예 영혼이 분열돼 죽음으로 가는 광기의 스케치, 혹은 인생의 공허와 허무 환멸 위선에 대한 이야기쯤으로 정리할 만하다.

아파트를 보러 온 남자와 여자가 을씨년스러운 공간에서 섹스를 한다. 여자는 영화를 찍는 약혼한 남자가 있는데도 외간남자와 섹스에 열을 올리고 남자는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여자와 몸을 섞는다. 이들은 애무 없이도 쉽게 절정에 오른다.

광기의 만남은 탱고장에서 절정에 이른다. 브란도는 엉덩이를 까고 관객을 조롱하고 여자는 도망간다. 뒤쫒는 브란도의 상처입은 맹수와 같은 절규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서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 기이한 관계는 여자가 남자를 권총으로 사살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난다.

남자를 살해한 여자는 독백처럼 “나는 저 사람을 몰라, 거리에서 쫒아왔어. 날 겁탈 하려 했어. 난 모르는 사람이야, 미친사람 인가봐” 하고 말한다.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했을 수도 있고 죄를 피하기 위한 본능적 자기 방어 일 수도 있고 이제는 비이성의 세계에서 이성의 세계로 돌아온 여자의 자기 합리화 일 수 있다. 어떤 식의 해석이든 그것은 관객의 마음이다.

2011년 58살의 나이로 슈나이더가 사망하자 프랑스 미테랑 문화부장관은 “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슈나이더는 여전히 브란도를 유혹하는 순진한 여성으로 남아있다.  그녀는 프랑스 영화의 아이콘이었고 앞으로도 현대 여성의 강력한 이미지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라고 헌사했다.

슈나이더는 브란도와 달리 아쉽게도 이 영화 이후 어떠한 걸작 영화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국가: 프랑스,이탈리아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말론 브란도. 마리아 슈나이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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