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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킬 빌 1,2 (2003-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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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킬 빌 1,2 (2003-2004)
  • 의약뉴스
  • 승인 2013.04.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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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야속할 때 화끈한 영화로 마음을 달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실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에서 뛰놀다 보면 어느새 그런대로 세상은 살아 볼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 살아 있다는 것, 팔 다리가 잘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지 않으니 다행이고 목이 책상위에서 뒹굴지 않으니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저수지의 개들(1992) 펄프픽션(1994)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1,2'는 한마디로 죽이는 영화다. 제목에서 벌써 죽이지 않는가?

다섯 명을 죽이는 것이 목적인데 그 다섯 명을 죽이기 위해 백여 명을 죽인다. 대단하지 않은가. 이렇게 많이 죽이려면 핵폭탄이나 미사일 혹은 기관총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사용하는 무기라고는 자신의 손, 발이고 기껏해야 칼이다.

대개는 사무라이 장검으로 개미새끼 죽이듯 죽이는데 마치 무협소설을 보는 것처럼 큰 칼 한 번 바람을 가르니 목이 댕강, 허리가 두 동강 난다.

 

이순신 장군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골이 장대한 남자도 아닌 여자가 대단한 칼솜씨로 벼이삭 베듯 사람을 쓸어 버리니 일단 눈요기로는 그만이다. 또 이 여자, 금발이고 예쁘고 육감적이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동양인도 아니고 서양인이 칼을 쓰고 무술을 한다는 설정도 흥미있다.)

머리에 총알을 맞고 4년만에 깨어난 여자(우마 서먼) 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

한 때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살육전을 전개한다. 대개의 복수극이 잔챙이들을 먼저 죽인 후 두목을 죽이듯이 이 영화도 그런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예전의 동료들은 결코 잔챙이가 아니다. 월척이다. 그러니 싸움은 고난도다. 예상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승자는 언제나 우머서먼이라는 것은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겠다.

죽고 죽이는 영화라면 많고도 많다. 굳이 내 생애 최고의 영화로 꼽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죽이는데도 다른 영화와는 방법이 다르다. 표현이 다르고 색감이 다르고 지르는 고통 소리가 다르고 내뱉는 대사가 다르고 싸우는 수준이 다르다.

아이 앞에서 엄마의 심장에 칼을 박고 88:1로 야쿠자를 물리치고 두목 오렌이시이(루시 리우)의 붉은 피를 흰눈위에 뿌리게 하고 애꾸눈 킬러(데릴 한나)의 나머지 눈까지 빼서 밟아 버리는 장면에서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런 여전사가 겨우 알코올 중독자에게 죽는 것이 말이 안 되듯이 손발이 묶인 채 생매장 되지만 뚫고 나와 기어코 빌(데이비스 캐러딘)을 죽인다. 빌이 죽었으니 영화도 끝이다.

한 때 최고로 사랑했다가 목숨까지 앗아가는 잔인함에 그것도 내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이렇게까지 복수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살인자로 타고난 여자에게 지나친 살인에 혀를 내두르면 영화는 재미가 떨어진다.

신파조로 흐를 때면 B급 영화인 것 같다가 다시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묵직하게 전개되면 A급으로 오르고 코미디 처럼 장난을 칠 때면 C급으로 추락 하는듯하다가 다시 최고의 영화 반열에 오르는 이 기이한 영화는 왜, 쿠엔틴 타란티노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스스로 답하게 한다.

그가 만들면 C급도 A급이 된다. 장면, 장면에 어울리는 적절한 음악은 또 얼마나 죽이는가. 산타에스 메랄다의 빠른 라틴풍의 노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나올 때면 절로 엉덩이가 실룩거리면서 세상 뭐 있나, 살만하지 않은가 하는 안이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1절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Baby, do you understand me now
Sometimes I feel a little bad
Don't you know that no one alive
can always be an angel
When things get bad
I seem a little mad
But I'm just a soul
whose intentions are good
Oh Lord, please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이제 날 이해하나요
나도 가끔은 화가 나요
살아있는 사람 중에 항상
천사표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일이 잘 안풀리면
내가 좀 화가 난 것처럼 보일 거예요
하지만 나도 알고 보면
마음은 선량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나를 오해하지 말아요

국가: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우마서먼, 데이비드 캐러딘, 루시리우, 데릴 한나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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