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맹세는 달을 걸고 하면 안된다. 아무리 휘영청 밝은 정월 대보름달이라도 말이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변화무쌍한 사랑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로미오와 쥴리엣’에서 쥴리엣(올리비아 핫세)을 통해 로미오(레나드 화이팅)에게 사랑의 맹세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정 하고 싶다면, 그것이 당신 뜻이라면 자신에게 맹세하라고. 왜냐면, 당신은 나의 우상이고 내가 믿는 우상이니까.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의 자존심인 세익스피어의 명작을 원본으로 한 이 영화는 사랑을 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사랑이지~ 라고 사랑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린다.
바야흐로 춘삼월인가. 이팔청춘도 채 되기 전 그러니까 14살이 되려면 2주를 기다려야 하는 쥴리엣보다 조금 나이 많은 로미오는 쥴리엣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하필 쥴리엣은 원수의 자식이다. 이탈리아 베로나의 명문 집안인 몬테규가와 캐플렛가는 뚝 하면 싸운다.
주인이 사이가 안 좋으니 하인들도 따라한다. 싸움은 피를 부르고 증오는 복수심을 불태운다. 어느 날 로미오는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캐플렛가의 무도회에 참석한다.
거기서 로미오가 본 것은 아침 햇살보다 더 빛나고 들꽃보다도 아름다운 쥴리엣이다. 마주치자마자 섬광 같은 불꽃이 일고 심장은 마치 전장의 큰 북처럼 둥둥 울리고 작은별처럼 빛나는 눈빛은 넋 빠진 사람처럼 허둥댄다.
횃불도 쥴리엣 앞에서는 밝아지는 법을 배워야 할 만큼 초라하다. 그런 쥴리엣에게는 혼사를 약속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미 눈에 콩깎지가 씌었으니 그 결혼 순탄치 않다. 로미오는 손이 한 일을 입술이 하게 하라는 주문 같은 밀어를 속삭이면서 쥴리엣의 입술을 훔친다.
뜨거운 두 입술이 서로 맞닿았으니 사랑의 속도는 빠르다. 담장을 넘은 로미오는 쥴리엣과 죽음도 서로 갈라놓지 못할 숱한 말들을 쏟아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노래가 나온다. 애절하면서 구슬픈 노래가 불행한 연인의 미래를 암시한다.
도니 오즈몬드가 부른 ‘A time for us’가 바로 그 노래다.
A time for ue some day there'll be 언젠가는 자유로운 사랑에서 비롯된
when chains are torn by courage 용기로 사슬이 끊어지는
born of love that's free 날이 우리에게 올 거예요
A time when dreams so long denied 그날이 오면 지금 우리가 감추어야 하는
can fulfil as we unveil the love 사랑이 베일을 벗고
we now must hide 너무나 오랫동안 부정되었던 꿈들이 이루어질 거예요
A time for us at last to see 마침내 당신과 나를 위한 멋질 삶을
A life worthwhile for you and me 맞이하게 될 그날
and with our love thro' tears and thorns 우리가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갈 때
We will endure as we pass surely 우리의 사랑으로
thro' every storm 우린 눈물과 고난을 인내할 거예요
A time for us someday 언젠가 우리를 위한 그날
there'll be a new world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예요
a world of shining hope for you and me 당신과 나의 희망이 빛나는 세계가
a world of shining hope for you and me. 당신과 나의 희망이 빛나는 세계가 열릴 거예요
and with our love thro' tears and thorns 우리가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갈 때
We will endure as we pass surely 우리의 사랑으로
thro' every storm 우린 눈물과 고난을 인내할 거예요
A time for us someday 언젠가 우리를 위한 그날
there'll be a new world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예요
a world of shining hope for you and me 당신과 나의 희망이 빛나는 세계가
a world of shining hope for you and me. 당신과 나의 희망이 빛나는 세계가 열릴 거예요
사랑이란 얻지 못하면 죽는 것. 두 사람은 신부 (밀로 어쉬어)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식을 올린 부부들이 으레 그러하듯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두 사람의 사랑은 거기까지다.
로미오의 친구 머큐시오(존 맥케너리)가 캐플렛가의 티볼트(마이클 요크)에게 죽는다. 티볼트는 쥴리엣의 사촌이다.
불같은 분노에 눈이 먼 로미오는 운명의 장난처럼 티볼트를 죽이고 이 사실을 안 쥴리엣은 절규한다. 지역 책임자인 영주는 사형 대신 로미오를 추방한다. 로미오가 없는 사이 부모는 쥴리엣의 혼사를 결정하고 쥴리엣은 거짓으로 결혼을 승낙한다.
신부는 ‘죽었다 깨어나는’ 신비한 묘약을 쥴리엣에게 주고 쥴리엣은 산 송장으로 납골당에 묻힌다. 그 소식은 로미오의 귀에 들어가고 로미오는 산 사람의 증거인 온기가 없는 쥴리엣의 시신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음독한다.
뒤늦게 깨어난 쥴리엣은 로미오가 죽은 것을 보고 단도로 자결한다. 진짜 죽음이다. 두 사람이 죽고 나서 원수의 집안은 화해한다. 증오를 끝낸 것이다. 두 개의 관 앞에서 두 집안은 증오가 어떤 천벌을 가져오는지 깨닫는다.
세익스피어의 고전을 원본으로 한 숱한 영화가 만들어 졌다. 하지만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작품을 능가하는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 로리오를 연기한 레나드 화이팅은 당시 16살이었고 올리비아 핫세는 15살 이었다.
올리비아 핫세의 빨려 드는 듯한 연기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가 아침 햇살에 반짝일 때면 세상은 마치 검은 진주로 채워진 것처럼 어둠속에서도 광채가 인다.
국가: 영국, 이탈리아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
출연: 레나드 화이팅, 올리비아 핫세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