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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물결치는 눈보라, 못잊을 백색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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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물결치는 눈보라, 못잊을 백색의 계곡
  • 의약뉴스
  • 승인 2013.04.0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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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계령은 겨울이다. 영봉의 잔설이 위풍당당하다.

아직 여기는 봄이 아니라고 봄은 아직 멀었다고 백색의 계곡은 아우성친다.

물결치는 눈보라의 향연속에 계절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못잊을 사람 있는가. 그대와 눈덮힌 한계령을 미끄러 지면서 걷고 싶다. ( 다음은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 전문)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폭설을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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