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15 11:42 (수)
눈내린 운동장을 가로질러 갑니다
상태바
눈내린 운동장을 가로질러 갑니다
  • 의약뉴스
  • 승인 2013.02.25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눈내린 운동장에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 가는 아이들은 고개도 꺾지 않고 앞으로 힘껏 내달립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 다음은 유홍준 님의 '운동장을 가로 질러 간다는 것은' 이라는 시인데요.  함께 감상해 보시지요.)

유홍준/운동장을 가로질러간다는 것은

가로질러간다는 것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가로질러가는 사람은, 길쭉한 사람이다 다리도 길고 목도 길고
뒤통수도 긴 사람이다

어깨 축 처진 검정 옷을 입은 사람이다
제 삶이 어떤 건지 미리 한번 중간 점검해보는 사람이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가운데 서보는 사람은

차마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 흙먼지를 오지게 한번 뒤집어써보는 사람이다 어디 피할 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이다 마치 고문당하는 사람이고 마치 숙청당하는 사람이다 모름지기 인간의 그림자가 이렇게 길고 이렇게 홀쭉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사람이다

가로질러간다는 것은 스스로 고개를 꺾는 것이다

그림자 중에 가장 긴 그림자는
운동장에 드리운 그림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