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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감염, 선진국 수준 올리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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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감염, 선진국 수준 올리려 했지만"
  • 의약뉴스 최진호 기자
  • 승인 2013.02.2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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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권준욱...체계는 있지만 지속적 관리 미흡 지적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의 권준욱 센터장(사진)이 우리나라의 미흡한 의료감염 실태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권 센터장은 19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관련감염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부정책’ 포럼에서 감염병관리 담당자로서의 책임과 그간의 노력, 하지만 메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부족한 의료감염실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 센터장은 “보건복지부는 외국을 따라하기보다 모든 데이터를 우리 것으로 유지하며 의료감염에 대한 새 정책을 개발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관리체계도 미비하고 중앙 정부의 전담조직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나는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의료감염분야에 있어 모든 제약조건을 넘어 선진국 기준에 맞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권 센터장은 “형식적으로 체계는 있지만 지속적인 관리에 미흡하다”며 “비용 보조도 형식적이고 병실 기준 또한 마찬가지에 전문인력도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감염의 선진국화를 모토로 복지부가 배우고자 한 나라는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프랑스의 유럽 4개국이었다. 하지만 권 센터장이 직접 돌아보고 온 그 나라들과 한국의 의료감염 실태는 판이하게 달랐다.

권 센터장에 따르면 한국의 병실은 6인실이 기본이지만 유럽은 1인 내지 2인실이 대부분이다. 그는 “이렇게 가는 게 환자와 정부의 요구이지만 현실로 가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독물품만 봐도 이 나라들은 일회용 소독제나 밀폐 집개를 쓰는데 우리나라는 개방형 집개고 1회용 소독제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피딩백도 마찬가지. 유럽은 일회용을 쓰지만 한국은 재사용되고 균까지 검출된다. 또 이 나라들은 매일매일 단체로 가운을 세탁해 입을 뿐 아니라 지정된 자기 옷이 없다.

권 센터장은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역시 제도와 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보고드리니 장관님이 ‘아, 갈길이 멀구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GDP는 세계 15위에 소득도 2만불을 넘은 강소국”이라며 “조만간 GDP 10위 안으로 진입할 나라인데 이 나라들과 의료 분야에서 비교된다는 건 무척 슬픈일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 센터장은 그간 정부의 노력과 의료감염관련 활동이 미미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야 기지개를 편 것이고 감시체계운영도 사실 외부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권 센터장은 한국에서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안전대책을 만들기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를 말했다. 그가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갔는데 열대성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이 열 몇시간동안 베드에 누운 채 방치돼 있었던 것. 전염병이 일파만파 퍼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권 센터장은 “당시 전재희 장관 시절이었는데 굉장한 목표를 세우고 심도 있는 대책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2002년 의료법에 병원감염예방 규정이 명시됐고 WHO가 ‘Patient Safety’를 결의한 것도 그 즈음의 일이다.

감염관리료 신설은 2009년에나 이뤄졌다. 하지만 권 센터장은 “월 1회에 불과하고 조족지혈이다”라며 “감염내과 컨설팅도 월 1회 인정해주는데 금액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흔히들 읜료 문제나 건강보험 이야기가 나오면 ‘본인 부담률을 줄여라’, ‘건보재정에서 무언가 해야한다’라고 하지만 그를 위한 재정전략은 어렵기 짝이 없다”고 고백했다.

또 감염관리에 건보 재정 공급이 이뤄지려면 우선순위가 높게 잡혀야 하는데 집권당의 공약 중 환자 안전이나 의료감염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권 센터장은 “민주통합당의 대선 공약 중 ‘국민과의 약속 119’라는 게 있고 거기에 환자 안전에 관한 법률 재정 내용이 들어있다”라며 “현재 휴지통에 가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료감염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해야할 일로 질병관리본부 뿐 아닌 복지부 전체의 개입을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공공의료나 질병본부 입장 등등이 다른 실정이니 모두의 의견이 합쳐진 상황에서 밀고 나가야한다”며 “또 전담인력을 양성하고 국가표준지침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세상은 변하고 있고, 덕담은 아니지만 의료감염 종사자가 병원장도 해봐야한다”며 “병원장들도 의료감염이 버리는 부분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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