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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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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 의약뉴스
  • 승인 2013.02.12 10: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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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돼야 사이코패스라고 하겠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도 죽인다. 동전을 던져서 죽인다. 죽이는 것이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에게 죄책감은 없다. 킬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이 다있다.

명확한 두뇌와 빠른 상황 판단력,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혹함.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원제:NO COUNTRY FOR OLD MAN)는 살인청부업자에 관한 이야기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잔인한 킬러 안톤 시거(하비에르 베르뎀)는 자신이 사람을 죽이면서도 왜 죽이는지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그냥 죽일 뿐이다. 방금 전까지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사람이 싸늘한 시체가 돼서 고꾸라져 있지만 그의 표정은 살인전과 후과 다르지 않다. 다만 옷에 피가 튈 때 잠깐 미간을 찌푸릴 뿐이다.

살고 싶다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와 마주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일러두기: 어떤 장면이 나와도 놀라서는 안된다. 더 놀라운 일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짜임새는 강하다.

미국 텍사스 사막지대에 사냥을 나온 모스(조시 브롤린)는 이미 상황이 끝난 처참한 살인현장을 목격한다. 죽어가는 부상자가 물을 달라고 애원하지만 외면하고 돈가방을 챙겨 들고 젊고 예쁜 아내가 있는 집으로 간다.

집에 가서 돈을 조금씩 쓰면서 인생을 즐기면 그럭저럭 해피앤딩 인데 그렇게 하면 영화는 재미없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모스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도 물병을 들고 살인자처럼 살인현장을 다시 찾는다. 여기서 부터 일은 꼬인다. 그는 도망자 신세다.

그를 쫒는 시거와 시거를 쫒는 늙은 보완관 벨 (토미리 존스)의 삼각관계가 볼수록 가관이다. 벨은 코엔 형제의 전작 ‘파고’에 나오는 만삭의 형사 마지 군더슨처럼 어리숙해 보이고 굼뜨지만 베테랑답게 조금씩 유머를 흘리면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하지만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 와중에 킬러는 산소통을 들고 다니며 연쇄 살인에 숫자를 불려 나간다. 이마에 구멍이 났는데 뚫린 흔적은 없고 총알도 없는 이 기괴한 살인사건은 미궁으로 점차 빨려 들어간다.

 
모스가 쉽게 잡히면 영화도 끝날 텐데 모스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따돌리고 숨기는데 잔재주가 대단하다. 영화 제목만 보면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몰려 위기에 처한 노인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젊은 세대에 치받혀 눈치만 보는 생산력 없는 잉여인간들의 애달픈 자화상을 그린 애잔함이 흐르는 슬픈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궁금하면 영화를 보시라.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을 나설 때 뒷덜미가 섬뜩하다면 뒤돌아 봐서는 안 된다. 죽이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산소통을 든 소통이 불가능한 스크린 사상 희대의 살인마 시거가 쳐다봤다고 죽이고 외면했다고 죽이고 재수 없게 생겼다고 죽이기 때문이다.

가던 길을 그냥 간다고 살아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가는 것이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뒤통수 공격은 치사해서 될 수 있으면 피하는게 사랑받기 보다는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시거의 유일한 인정이기 때문이다.

‘파고’가 10점 만점에 9점이라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10점 만점에 만점을 주고 싶다. 세상의 관객은 코엔 형제가 있으므로 행복하고 그가 만들면 걸작이 되는 영화는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심장이 울리는 음악이 없이도 팽팽한 긴장감은 밤하늘의 불꽃처럼 수 없이 터진다.

국가: 미국

감독:코엔 형제
출연: 하비에르 베르뎀 , 조시 브롤린, 토미리 존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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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포크 2013-04-12 17:38:33
가끔 이 영화평 보고 있는데 미국사회문제가 들어갔는데 그 이야기가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누군가 잘 지걱하고 넘어갔네요.~

ㄴㄹ 2013-04-12 16:46:09
철학과 미국 사회의 초상도 담겨져 있는 현실주의적 영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