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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지중해(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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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지중해(1991)
  • 의약뉴스
  • 승인 2013.01.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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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패잔병 같은 병사들이 함정에서 내린다.

한 눈에 척 봐도 잘 훈련된 해병대는 아니다. 그런데 소총으로 무장하고 제법 사주경계도 하는 것이 섬에 막 상륙한 군인들이 으레 그렇듯 겁을 먹고 있다. 지휘관인 몬티니 (클라우디오 비갈리) 중위는 어리벙벙하고 2인자인 로루소(디에고 아바탄투아노)상사는 떠벌이에 성격이 급하다.

이런 상관을 둔 병사들이 오합지졸인 것은 안 봐도 삼천리다. 지중해의 이 섬에는 군인은 없고 따라서 전투도 없다. 8명의 군인들이 좌충우돌 원주민과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이 무려 3년이다.

무전기는 박살이 나고 배는 없고 외부로 연락할 방법은 차단된다. 때는 2차 대전 막바지 살육의 시대, 살아남아서 꿈꿀 수 있는 도피처로 이보다 더 안성마춤인 장소가 더 있을까. 독일군이 떠난 섬에는 아이도 있고 노인도 있고 여자도 있다. 창녀 바실리사( 반나 바르나)도 있다.

심심하고 할 일 없는 군인들에게 사업이야기라며 바실리사가 먼저 접근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순번을 정하고 쉬는 요일이 결정되자 바실리사의 집에는 군인들이 들락거린다.

 

그런데 파리나(주세페 세데르나) 만은 바실리사와 잠자리를 거부한다. 그녀는 묻는다. 왜,  나랑 안해? 그는 대답한다. 해본 적이 없다고. 그리고 왜 창녀가 됐느냐고? 되묻는다. (이런 질문 꼭 해야 하나.)

할머니도 창녀였고 어머니도 창녀였고 언니도 창녀였다는 대답이 나온다.

파리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사랑하였으므로 다른 남자에게 그녀를 줄 수 없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파란색 집으로 접근하는 동료에게 위협사격을 한다. 상관에게도 쏜다. 그는 말한다. 이 여자를 사랑해요. 그러니 중위님이라고 해도 이 여자와 잠을 잘 수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린이 이지만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코미디 장면이 아닌가. 더 이상 도피할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파리나의 사랑은 신파조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당연히 여자는 그 사람을 덥썩 문다.

시간은 흐른다.

망각의 섬에서 군인들은 좋다는 것은 다 금지한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피해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춤도 추고 교회 성화도 그리고 수영도 하고 사진을 찍고 그 곳 생활에 뿍 빠져 든다.

이들에게 시간은 그저 흐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아내를 그리워하는 병사는 수많은 편지를 쓰지만 끝내 탈출에 실패하고 어느 날 불시착한 영국 경비행기의 조종사는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알린다.

조국이 나를 버렸지만 전쟁의 참화를 겪은 조국을 위해 무언가를 하자고 군인들은 서둘러 짐을 꾸린다. 나귀도 챙긴다. 하지만 그녀와 결혼한 파리나는 남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늙은 중위는 다시 그 섬으로 돌아와 자신이 그린 빛바랜 성당의 벽화를 본다. 그리고 식당을 차리고 지금도 성업중인 바실리사의 레스토랑 간판을 본다. (바실리사는 죽었다.) 파리나 옆에는 상사도 있다. 세 사람은 회한에 젖는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온 기분이 이럴까. 세상이 바뀌었는데 이들은 바뀐 세상보다는 그 전의 세상을 찾아 다시 원래의 위치로 왔다.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은 지중해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피처를 만들었다.

국가: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 살바토레

출연:클라우디오 비갈리, 디에고 아바탄투아노, 주세페 세데르나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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